업비트 거래대금 3개월 새 70% 이상 급감
반감기 상승장 마무리 국면, “이제는 뺄 때”

비트코인 반감기 상승장이 서서히 마무리되면서 ‘탈(脫) 코인’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거래대금 급감과 투자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며 막차 탑승은 자칫 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지난 9일 1798만 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22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633만 원으로 9.2% 하락했다. 코인마켓갭이 집계한 글로벌 거래소 평균 가격으로는 14.2%나 급락했다. 이는 한국 암호화폐 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과 강세장을 유지해온 탓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거래대금 감소세도 뚜렷하다. 22일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21억 9651만 달러로 지난 11일(80억 1968만 달러)보다 72.6% 줄었다.
대전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통상 4년마다 돌아오는 채굴 반감기 이후 약 18개월간 상승장이 이어지지만 그 주기가 끝나면 대규모 하락 조정이 찾아오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지금은 그 상승 주기의 후반부, 즉 정점 구간에서 하락장으로 전환되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이클도 예외는 아니다. 반감기 이후 유입된 단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알트코인 시장이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음 반감기 전까지는 대규모 하락 후 장기 조정이나 횡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은 무리한 ‘물타기’나 ‘빚투’보다 시장 체력을 점검해야 할 시기”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업계에서는 최근 청산 여파가 미·중 무역갈등의 재점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재 시사에 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탈(脫) 코인’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비트코인은 원래 글로벌 무역 분쟁이나 정치적 불안이 커질수록 자금이 몰리는 위기 대응형 헷지 자산으로 작동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각국이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주요 금융기관이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제는 ‘탈달러 피난처’라기보다 국제 금융 흐름과 위험자산 사이클에 함께 움직이는 자산이 됐다”며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 조정 이후 내년 말까지 예상되는 하락폭은 제한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거시경제 흐름상 하락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전의 한 경제학 A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물가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됐지만 실제로는 물가가 목표 수준(2%)에 미치지 못해 유동성 완화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위험자산 전반이 조정을 받게 되고 비트코인 역시 자금 유입이 둔화되는 구조적 하락장에 들어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락장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진입하며 신용이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단기 반등에 현혹되기보다 유동성 회복 신호와 거시 환경이 안정된 뒤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