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뒤 집회 경비 집중으로 인파 관리 공백
용산구 초동보고·재난대응체계 미작동
경찰 51명 등 62명 징계 요구

사진 = 행안부
사진 = 행안부

정부가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한 합동 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경찰은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견됐음에도 현장에 경비인력을 전혀 배치하지 않았고 용산구는 사고 직후 초동 보고와 재난 대응체계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경찰청이 함께 진행한 합동감사 결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인근 집회 관리에 경비 인력이 집중되면서 이태원 일대 인파 관리 공백이 발생했다. 용산경찰서는 2020·2021년에는 핼러윈데이 대비 인파 관리 경비 계획을 수립했지만 2022년에는 마련하지 않았고 참사 당일에는 경비 인력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시위 관리에 인력을 우선 투입했고 서울경찰청장은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도 인력 누락을 문제 삼지 않았다. 용산경찰서장은 “경비는 왜 없느냐”는 질문만 한 채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참사 발생 전에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지만 대부분 현장 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원파출소는 사고 발생 전 4시간 동안 11건의 신고를 접수했으나 단 한 차례만 현장에 출동했고 시스템에는 허위로 조치 완료가 입력돼 있었다.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시위가 끝난 뒤 차량 정체로 2시간 뒤에야 현장 인근에 도착했으며 서울경찰청장은 밤 11시 36분이 돼서야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후 8명을 수사 의뢰했지만 공식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 일부 책임자가 징계 없이 퇴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행안부가 진행한 서울시·용산구 감사에서는 재난 대응 실패가 확인됐다. 참사 당시 용산구 상황실 근무자 일부는 전단지 제거 작업을 하느라 자리를 비웠고 사고 관련 전화를 받고도 조치하지 않았다. 구청장은 현장에 도착하고도 2시간 동안 회의를 열지 않았으며 부구청장과 담당 국장은 통합지원본부와 재난대책본부를 제때 가동하지 않았다.

용산구는 소음 규제 점검도 형식적으로 진행해 ‘춤 허용 일반음식점’의 소음이 사고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울시는 참사 이후 용산구가 징계를 요구한 재난 대응 책임자에 대해 내부 검토만으로 징계를 보류했고 결국 일부는 징계 없이 퇴직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 51명과 서울시·용산구 공무원 11명 등 62명에 대해 징계 등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정근우 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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