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23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와 한전 KPS, 한국파워O&M 등 15개 업체를 톺은 ‘태안화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만 1000건 넘게 적발됐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곳에서 故 김충현 씨가 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박탈당했는지 알만하다. 죽음의 사업장은 故 김용균 씨를 대오각성의 교훈으로 삼기는커녕 6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총체적 난국의 민낯을 드러냈을 뿐이다.

김충현 씨는 지난 6월 2일 오후 2시 30분경 태안화력 내 한전 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발전설비 부품을 절삭 가공하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그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의 1차 하청업체인 한전 KPS의 재하청을 받은 한국파워O&M 소속으로 사망 당일 혼자 작업을 하다 변을 당했다. 6년 전 입사 3개월이 지나지 않았던 김용균 씨가 심야 근무 중 컨베이어벨트 이상을 확인하다 기계에 몸이 끼여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곳도 태안화력이다.

이번 감독 결과 각 사업장에서 108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김용균 씨 사건 당시 확인된 위반 사항은 1029건이었다. 호되게 곤욕을 치르고도 안전조치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379건을 사법처리하고 592건에 대해선 과태료 7억 3000만 원을 부과했으며 113건은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심판했다. 사후 조치 또한 6년 전과 판박인데 타격감이 있을지 모르겠다.

위반 내용을 건건이 들여다보면 안전불감증 백화점이 연상된다. 원동기·회전축 등 방호덮개 미설치, 수상태양광 설비 등 안전난간 미설치, 저탄장 등 분진 폭발 위험 장소 비방폭 전기설비 사용, 인화성 가스 취급장소 가스 감지기 미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또 김충현 씨를 포함해 한전 KPS가 재하청을 준 협력업체 2곳의 근로자 42명은 모두 불법파견으로 판단됐다. 업무가 원청과 구별되지 않았으며 하청에서 작업에 필요한 설비도 보유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근거다.

정부는 한전 KPS에 불법파견 근로자 41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김충현 씨가 남긴 유산이다.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2인 1조 작업 원칙 적용 확대, 공동작업장 관리 강화, 안전보건관리규정 정비, 기타 안전·보건 전반에 관한 사항 개선 등 위험 작업 관리 개선방안 마련도 요구했다. 이로써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번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감식안은 틀리지 않았다. 다단계 하도급을 포함해 산업현장의 병인을 찾지 않고선 병을 고칠 순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탓하기 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부터 도려내야 한다. 최상의 방법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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