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국내 첫 자율 통폐합안
정책 자금·세제 유예 등 정부 후속지원 수혜로 경쟁력↑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석유화학 설비 통폐합에 합의함에 따라 석화업계의 ‘리더 포지션’이 될 전망이다. 대산석화단지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최근 대산석유화학단지(충남 서산) 내 석화 설비를 통폐합하는 빅딜에 합의했다. 합의안은 이번 주쯤 산업통상부에 제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롯데케미칼(연 110만 톤)과 HD현대케미칼(연 85만 톤,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회사)은 각각 운영 중인 나프타분해시설(NCC)을 HD현대케미칼로 단일 통합해 합작사를 세울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더 노후화된 롯데케미칼 설비와 권리를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하는 대신 모회사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으로 추가 출자하는 방안이다. HD현대케미칼은 현재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지분을 60대 40으로 나눠 갖고 있어 HD현대오일뱅크의 추가 현금 출자를 통해 양측 지분을 비슷하게 재조정하기로 했다. 대산석화단지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8월 국내 전체 NCC(1470만 톤) 중 18~25%(270만~370만 톤) 감축을 유도한 이후 첫 자율 통폐합 사례”라며 “양사의 단지 내 설비 규모만 12조 원을 넘는 만큼 업계 최대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케미칼은 2014년 현대오일뱅크(정유)와 롯데케미칼(석화)이 정유–석화 수직계열화를 위해 공동 설립한 합작사로, 정유사 인접 NCC 구조를 통해 나프타 원료비 절감과 안정 조달이 가능하다. 업계는 양사의 이런 경험이 통합을 빠르게 진행시킨 배경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선 자구 노력, 후 정부 지원’ 원칙으로 제시하면서 정유사를 축으로 한 수직계열화 재편이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대산·여수·울산)에서 진행됐지만 오직 대산에서만 신속히 이뤄졌다”며 "다른 단지는 통폐합을 위한 지분 구조가 대산과 달리 3~4개 회사가 얽혀있다. 또 대산의 NCC 설비는 비교적 늦게 지어진 데다가 증설과 개보수가 잘 이뤄져 이전 후 통합 효율을 곧바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반면 다른 단지는 설비가 낙후돼 통합 실익이 낮은 게 더딘 구조조정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통합안이 산업통상부에 제출되면 정부는 공정거래법 특례 적용과 세제 유예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는 자율 구조조정 1호인 대산 단지가 규제 완화와 정책 자금을 우선 배정받아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생존 경쟁에 ‘리더 포지션’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전의 한 경영학 A 교수는 “설비 통합을 통해 중복 설비를 줄이고 원료 구매와 생산·물류 라인의 효율성을 높이면 ‘규모의 경제’를 선점하게 된다”며 “특히 중국의 에틸렌 과잉 공급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되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략도 한층 강화돼 국내 공급량과 가격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산석화단지의 위상도 달라질 전망이다. A 교수는 “여수가 규모 중심, 울산이 기술 효율 중심이었다면 대산은 구조조정과 정부 지원을 결합한 ‘정책형 리더 단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정부의 테스트베드가 되면 국가 R&D와 세제 혜택, 탄소감축 인센티브가 집중돼 산업 생태계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