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서열화와 대입 경쟁이 부추긴 사교육 열풍의 실태
공교육 신뢰 회복과 학벌 중심 사회 인식 변화의 필요성

▲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  한국교육개발원 제공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29조 2000억 원, 사교육 참여율 80% 등 우리나라는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사교육이 만연해 있다. 이로 인해 교육 기회 불균형, 공교육 신뢰도 저하, 불법 사교육, 경제적 부담 등의 문제가 불거졌는데 정책적 노력과 함께 학벌 중심 사회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 과열 현상, 해법은 없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 열풍의 주원인은 대학 서열화와 대입 경쟁 심화로 요약된다. 우선 상위권 대학 진학이 사회적 지위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공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특히 상위 대학 진학이 좋은 일자리와 연결된다는 인식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더욱 압박한다. 이로 인해 공교육이 대학입시를 잘 대비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감이 커지고 결국 사교육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한다. 또 현재 고등학교 내신 평가는 성취평가제와 9등급 상대평가가 병행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학생들은 높은 성적과 질 높은 학교생활기록부를 확보하기 위해 사교육에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더 나아가 최근 불법 학습 자료를 공유하는 ‘둠강방’과 같은 대화방마저도 확산하고 있다. 대형 학원과 유명 강사의 모의고사를 불법으로 공유하는 이러한 대화방은 지난 8월 운영자가 검거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새로운 방이 생겨나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싼 사교육비를 절약하고 대치동 학생들과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험생들은 이러한 불법 공유방을 이용하고 있는 거다. 한 수험생은 “지방에서는 동네 학원이나 공교육에서 구하기 힘든 모의고사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불법 공유방”이라고 설명했다.

불법 공유방에서는 대치동 대형 학원과 유명 인강 강사의 모의고사 문제가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특히 생활윤리, 화학, 지구과학과 같은 탐구 과목의 난이도 편차가 큰 과목일수록 활발하게 유통된다. 일부 비공식 채널에서는 인터넷 강의 영상까지 불법으로 공유되고 있어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자료가 필수적인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불법 사교육의 확산은 교육 기회의 불균등 문제를 심화시킨다. 수도권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1.3%로 비수도권보다 높다. 또 내신 1등급 학생의 76.4%, 2등급 학생의 75.1%는 사교육을 활용하는 반면 6등급 이하 학생의 사교육 활용률은 49.6%에 불과하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충분한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교육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공교육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개선만으로는 사교육을 완화하기 어렵다. 사회 구조 개혁과 함께 학벌 중심 사회에 대한 인식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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