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랑을 넘어 이웃사랑, 사제사랑으로
29년 전통 ‘중앙효한마당’으로 지역 섬김
‘멋부림데이’, ‘사제토론회’로 세대 통합

‘인생에서 가장 값진 보석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 있다. 좋은 친구는 위기 속에서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고 삶의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때로는 인생의 방향을 조언해주는 조력자이기도 하다. 친구와의 관계가 단순한 유대라기보다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중요한 자산이라는 의미다.

대전교육청은 ‘고운말씨, 바른 예의, 따듯한 소통’을 슬로건으로 친구사랑 3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학교 폭력 심의가 줄어드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학창 시절이 평생 기억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교육공동체의 마음을 담은 친구사랑 3운동의 학교별 실천 사례를 모아봤다.

대전중앙고등학교는 2025년 한 해 동안 ‘친구사랑’의 개념을 학교 담장 안으로 한정하지 않고 교사와 이웃으로까지 확장하는 ‘3차원 인성교육’ 모델을 학생 주도하에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교육 공동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학생회는 ‘친구사랑3운동’의 본질이 단순한 또래 관계 개선을 넘어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에 있다고 판단하고 2025년 사업 방향을 수평적 우정(친구사랑), 수직적 소통(사제사랑), 사회적 실천(이웃사랑)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설정했다. 이를 통해 학교의 전통과 새로운 시도를 조화시킨 내실 있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다.

엄선용 교장은 “‘친구사랑3운동’의 기본 정신을 학생들이 교실 밖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주체한 ‘효 한마당’이나 ‘연탄 나르기’는 ‘바른 예의’와 ‘따뜻한 소통’이 지역 사회로 확장된 산물이며 ‘멋부림데이’나 ‘사제토론회’는 교사와 학생 간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소통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29년 전통의 울림, ‘중앙효한마당’으로 실천하는 이웃사랑

대전중앙고의 ‘친구사랑’은 ‘이웃사랑’, 특히 지역 어르신들에 대한 ‘경로효친(敬老孝親)’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한 ‘지역 어르신 초청 중앙효한마당’은 대전중앙고등학교의 가장 큰 자랑이자 살아있는 인성교육의 현장이다.

대전중앙고 학생들이 '제29회 중앙효한마당'에서 지역 어르신들께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대전중앙고 학생들이 '제29회 중앙효한마당'에서 지역 어르신들께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지난 5월 10일 학교 구내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의 활기로 가득 찼다. 학생회 임원들과 교직원,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의 협조 아래 학교 인근 중촌동과 목동의 어르신 600여 분을 모시고 정성껏 마련한 식사를 대접했다. 이 행사는 1990년대부터 시작돼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다가 2023년부터 재개된 후 지역 어르신들이 일 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중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행사의 경비는 학생회와 교직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마련된다. 학생들은 스스로 모금을 결정하고 당일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이 과정을 통해 실천적 인성교육을 체득하고 학교와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있다.

◆“선생님은 하와이안 셔츠, 우린 커플룩!”… 세대 통합의 아이콘 ‘중앙멋부림데이’

대전중앙고의 ‘따뜻한 소통’은 교사와 학생 간의 수직적 경계를 허무는 사제사랑으로 이어진다. 올해 처음 시도돼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2025 중앙멋부림데이’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전중앙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베프룩, 커플룩, 그룹룩으로 우정을 과시하고 교사들이 부서룩으로 행사에 동참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대전중앙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베프룩, 커플룩, 그룹룩으로 우정을 과시하고 교사들이 부서룩으로 행사에 동참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매달 수요일 ‘함께데이’ 일정에 맞춰 진행된 ‘중앙멋부림데이’는 학생들이 교복에서 벗어나 하루 동안 자신의 끼와 패션 감각을 뽐내는 자율복 등교일이다. 이 행사는 학생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교사들도 참여해 ‘부서룩’으로 행사에 동참하며 학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학생들은 ‘베프룩’, ‘커플룩’, ‘그룹룩’으로 우정을 과시했고 교사들은 유머러스한 상을 수여받으며 권위적인 사제 관계를 친구처럼 수평적인 관계로 탈바꿈시켰다. 이 행사를 통해 학교 구성원 전체가 서로를 아끼고 유쾌한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을 느끼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대전중앙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베프룩, 커플룩, 그룹룩으로 우정을 과시하고 교사들이 부서룩으로 행사에 동참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대전중앙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베프룩, 커플룩, 그룹룩으로 우정을 과시하고 교사들이 부서룩으로 행사에 동참하는 모습. 대전중앙고등학교 제공

◆‘재미’와 ‘진지함’을 아우르다: 사제토론회와 온기 나눔 봉사

대전중앙고의 사제간 소통은 유쾌한 ‘멋부림데이’에 그치지 않는다. ‘고운말씨’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소통의 장도 마련됐다.

‘제1회 교내 토론회’에서는 학생 대표들과 교사 대표들이 ‘학교 패드를 학생 개인이 자율적으로 사용해도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토론회는 학생들이 학교 정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성숙한 배려와 이해의 시간이 됐다.

또 ‘이웃사랑’과 ‘사제사랑’의 실천은 ‘2025 저소득층을 위한 연탄 나눔 연합봉사’에서 정점을 찍었다. 창체동아리 ‘저널라이즈’ 학생들과 2학년 학생 30명이 담임교사 및 동아리 지도교사와 함께 소제동 일대 5가구에 직접 연탄을 배달했다. 이 모습은 ‘사제동행(師弟同行)’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줬다.

대전중앙고의 2025년 ‘친구사랑3운동’은 학생 주도하에 ‘친구사랑’을 ‘사제사랑’과 ‘이웃사랑’으로 심화·확장시킨 ‘3차원 인성교육’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29년의 묵직한 전통 위에 세대 통합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더한 대전중앙고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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