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임대인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정당한 반환 거절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부동산·민사 전문인 엄정숙 변호사(법도 전세금반환소송센터)는 “임대인의 자금사정은 법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며 “임차인은 절차를 단계별로 밟아야 보증금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보증금 반환의무는 임대인의 핵심 계약의무로, 금전적 여력이 부족하더라도 지체는 불법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대인의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환을 늦추면, 법원은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린다. 따라서 임차인은 ‘언제부터 이자가 발생하는지’와 ‘어떤 절차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알고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무상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계약만기 이후에도 임대인이 반환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반환요구서를 계약만료일로부터 2개월 전에는 해지의사표시를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한다. 이 문서는 추후 법원에서 반환요구 시점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두 번째는 전세금반환소송 제기다. 임대인이 지급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법원에 소장을 접수해 판결을 받아야 한다. 이때 소송의 피고 주소는 등기부등본 기준으로 정확히 기재해야 하며, 소가 산정 시 전세보증금 총액을 기준으로 인지대와 송달료가 계산된다.
세 번째는 지연이자 청구다. 임차인은 인도완료한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지연손해금을 함께 청구해야 실질적인 손실보전이 가능하다.
엄 변호사는 “법원은 원칙적으로 계약만기 다음날부터 이사를 갔다면 이사간 다음날부터 다 갚을 때까지 연 12%의 법정이자를 인정한다”며 “소장에 이자 청구를 빠뜨리면 나중에 별도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단계는 강제집행 절차다. 승소 판결 이후에도 임대인이 임의로 지급하지 않으면,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통해 임대인의 예금·부동산·급여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이후 채권압류나 부동산 강제경매로 이어져야 실제 회수가 가능하다.
엄 변호사는 “임차인이 판결만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에서는 집행단계가 더 중요하다”며 “법원 명령만으로 자동 지급되는 절차는 없기 때문에, 판결 후 3단계 '재산명시·재산조회·압류신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전세사기와 역전세 문제로 임대인의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있지만, 법적으로 보증금 반환의무는 예외가 없다”며 “임차인은 절차를 빠르게 밟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