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도 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

가게 안은 어둡다
가게 안은 비좁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히터 대신 연탄난로를 때는 구멍가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선반은 듬성듬성 비어 있고
손님이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서야
겨우 방에서 기어 나오는 주인
매달린 검은 봉지 툭 뜯어
손가락에 침 묻혀 봉지 입구를 벌려
담배며 컵라면을 담아 건넨다
옛 촌로들이 하꼬방이라 했던
지금은 몇 남지 않은
길옆 납작 찌그러진 구멍가게.
어려서 내가 살았던 시골 마을. 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하꼬방’이라는 구멍가게가 있었다. ‘하코’는 상자라는 뜻의 일본 말. 사과 궤짝 할 때의 궤짝과 같은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 구멍가게에서 나는 아버지 술 심부름으로 막걸리를 받아온 기억이 있다. 그러다 학교가 폐교되어 가게가 마을 버스정류장 쪽으로 옮겨 와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팔기 시작했다. 나는 그 가게에서 역시 아버지의 맥주 심부름을 한 기억이 있다. 지금은 물론 가게 문은 닫히고 가게 터만 남아 있다. 사람들이 다 떠나버려서다. 한때 마을 사람들과 작고 사소한 삶을 함께했던 하꼬방. ‘슈퍼’로까지 격상되지 못하고 동네 하꼬방으로 끝나버린 마을의 작은 장터. 지금은 그 가게도, 그 가게를 들락거리던 사람들도 다 사라졌다.
금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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