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무회의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재화·용역 등 제공자의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일부 변경한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증 기준을 준수한 키오스크와 키오스크의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음성안내 장치를 설치하면 되도록 했고 소상공인 등은 키오스크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또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보조 인력 배치와 호출벨 설치 중 하나를 이행하면 되도록 예외를 뒀다.

장애인을 위한 원칙적 편의 제공 의무가 서로 중복되거나 유사해 설치 현장의 법 해석상 혼란과 부담을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임차인인 자영업자가 건물 소유자 및 임대인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실행하기 곤란한 상황 등을 고려해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의무 이행률을 높여 장애인 정보접근권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하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현장 상황에 맞는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 방법의 유연화라는 것이다.

키오스크는 장애인들에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높은 장벽이었다.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라면 장벽을 낮추는 시도는 의무다. 공공 및 민간의 모든 키오스크 설치 현장은 2026년 1월 28일까지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모든 국민은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수 있고 차별행위임이 인정되면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을 거쳐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차별 없는 세상에 한 발짝 밀착한 예시다.

이날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사회결과를 내놨다. 우리 사회의 맨살 중 장애인 관련 정서가 눈에 밟힌다. 집 근처에 장애인 생활시설, 재활시설 등 장애인 관련 시설이 설립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중이 87.8%로 2년 전보다 0.4%p 증가했다는 대목에서 실소를 금하지 못하겠다. 장애인 90.4%, 비장애인 87.7%의 생각이라는데 차라리 반대한다는 비장애인 12.3%가 양심적이고 솔직한 고백이지 싶다.

멀리서 찾을 일도 아니다. 대전의 특수학교 설립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문지방을 못 넘고 공회전하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대전 한 초등학교 특수학교 분교장 설립 공청회가 주민 간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 파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도 원하는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과밀학급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님비가 몽니를 부리면 특수학교는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다.

키오스크 장벽을 낮춘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장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할 순 없다. 더디더라도 벽을 계속 허물어야 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다. 겉으로는 관용적이지만 속은 옹졸하기 짝이 없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이해와 배려는 반사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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