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상징 아닌 단순 상업로고 인식 경계해야
대전시가 대전엑스포의 상징이었던 꿈돌이를 계속해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라면에서 시작돼 호두과자를 넘어 김과 누룽지, 최근엔 가락국수까지 이어지는 캐릭터 상품의 확장을 통해 도시 브랜드의 새로운 실험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꿈돌이라는 상징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한때 엑스포의 마스코트였던 꿈돌이는 이제 산업과 일상에 녹아든 도시 브랜드로 진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엑스포 마스코트서 식품 중심 캐릭터 산업 브랜드로 진화
상업화 치우친 전략 소비재 전락 우려 ‘정체성 관리’ 과제
캐릭터 산업의 확장은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지만 그만큼 브랜드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판매 실적을 넘어 시민이 캐릭터에 느끼는 자부심과 애착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인 이유다. 1993년 엑스포의 상징물로 탄생한 꿈돌이도 마찬가지다. 꿈돌이는 한동안 시민의 기억 속 추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는 지역 산업과 캐릭터를 결합해 생활 속 꿈돌이 만들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협업해 ‘꿈돌이 라면’, ‘꿈돌이 호두과자’, ‘꿈돌이 곤약쫀드기’, ‘꿈돌이 가락국수’, ‘꿈돌이 김’, ‘꿈돌이 누룽지’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캐릭터의 산업적 가능성을 시험하면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시민 일상 속에서 꿈돌이가 살아 숨 쉬게 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관광기념품에 머물렀던 꿈돌이는 식품·간식·생활용품으로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특히 꿈돌이 라면은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개 판매를 기록하며 상업적 성공을 입증했고 꿈돌이 호두과자는 지역 상징을 담은 포장 디자인으로 대전 대표 간식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어 꿈돌이 김과 꿈돌이 누룽지는 가정용 간식과 선물용 상품을 동시에 겨냥해 캐릭터 활용의 폭을 확장했다. 시는 이런 성과를 발판 삼아 관광·축제·기념품 등 다양한 영역과 연계해 시민의 일상 속에 꿈돌이를 심겠다는 계획이다.
꿈돌이의 부활은 단순한 향수의 재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도시 브랜드의 재정의이자 실험이다. 상징은 늘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지만 그것을 산업으로 확장하는 일은 세심한 균형이 필요하다. 시가 선택한 이 길의 끝에서 꿈돌이가 시민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브랜드 확산이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정체성의 희석과 상징성의 훼손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여러 산업군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면 품질 관리나 디자인 일관성이 흔들리고 도시 브랜드의 감정적 상징이 일상 소비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남택영 대덕대학교 K-디자인과 교수는 “지금은 브랜드 확장의 초기 단계로 시장 반응을 살피는 시기지만 일정 규모를 넘어서게 되면 체계적인 관리와 인증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는 자유로운 라이선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나 머지않아 품질과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꿈돌이가 가진 감정적 자산이 상업화 속도에 따라 훼손될 수 있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진단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일부 인기 상품이 캐릭터 이미지를 대표하게 되면 다른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꿈돌이가 도시의 상징이 아닌 단순 상업 로고로 인식될 가능성도 높아서다. 감정적 자산은 반복 소비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브랜드 확장이 성공하려면 속도의 조절과 상징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설민 대전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장은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시기지만 확산의 방향성이 잘못 잡히면 상징의 원형이 훼손될 수 있다. 특히 식품 중심의 확산은 일회성 소비로 끝날 위험이 크고 브랜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감정적 가치와 디자인의 원형을 지켜내는 일이 결국 브랜드의 생명을 좌우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