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추진…빅테크 참여 길 열려
“정책·기술·산업이 동시에 움직이는 몇 안 되는 지역”

정부와 여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은행권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충청권이 제조 중심의 결제 인프라 실증지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과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위한 막바지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연내 국회 제출을 목표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을 포함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 패키지’를 마련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거래소·수탁업자 등 사업자를 중심으로 규제안을 마련한 것이 가상자산 1단계 입법이었다. 당시에는 투자자 피해, 거래소 해킹 등을 막는 초기 보호 장치였다”며 “2단계는 코인 자체의 제도화와 결제·발행 규제를 다루는 법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법제화가 늦은 편이다. 미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결제법’을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통과시켜 연방 차원의 결제 인프라 편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MiCA(Markets in Crypto-Assets)’ 규제를 시행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100% 준비금·투명성·감독 의무를 부여했다. 일본 역시 2023년 세계 최초로 은행·신탁사·송금업자에 한정된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법안을 시행하며 엔화 기반 디지털 결제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가닥이 잡혔다. 발행사를 비은행까지 열어주는 방안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 등 일반기업이 참여해야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봐서다. 자기자본 요건은 최소 5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올라갈 전망이다. 다만 이자 지급 기능은 제외된다. 국내 은행 예금을 뒤흔드는 등 통화 안정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봐서다. 대전의 한 경제학 교수는 “비은행에도 길을 열어준 건 기술 혁신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통화 안정성과 금융 신뢰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도 남아 있다”며 “이자를 노린 투기보다는 충청권처럼 제조·수출 비중이 높은 지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B2B 결제망 실증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JP모건의 ‘JPM 코인’과 페이팔의 ‘PYUSD’, 서클의 ‘USDC’ 등을 중심으로 실시간 기업결제(B2B) 실증을 진행 중이다.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결제법’도 하원을 통과해 결제용 코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에 편입하려는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을 잇는 산업벨트는 반도체·바이오·자동차부품 등 제조업 비중이 높고 기업 간 거래 규모가 커 스테이블코인 기반 실시간 정산망을 검증하기에 최적의 구조를 갖췄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과 ICT 기업, 금융기관이 집적된 대전권은 결제망 기술 검증과 제도 실험을 병행할 유일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쓰이려면 거래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실증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충청권은 제조업과 연구기관이 한 지역 안에 있어 정책·기술·산업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며 “중소기업들이 납품·정산 과정에서 스테이블 결제를 경험하게 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착시키는 실질적 촉매제가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에 역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