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7.7%·車 16.2%↑…관세 완화 기대감 확산
“대미투자 확대 따른 산업공동화·자금난 대비해야”

9개월 만에 대미 수출이 반등하면서 향후 관세 완화에 따른 수출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고환율과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경고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액은 158억 2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48억 7300만 달러)보다 9억 4800만 달러(6.4%) 늘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22억 6000만 달러로 6.4% 상승했다. 이번 상승세는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견인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같은 기간 38억 5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7%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4%로 2.3%p 높아졌다. 충북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를 중심으로 DRAM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안정적인 데다 AI칩 수요 확대로 HBM(고대역폭 메모리) 전공정이 활발히 진행됐다”며 “충남의 후공정·소재·디스플레이·전력 인프라가 탄탄히 뒷받침된 덕분에 높은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건 고율 관세에 시달려온 대미 수출이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11.6% 증가하며 반등했다는 점이다. 중국(11.9%), 유럽연합(EU·10%) 등 주요 교역국 수출도 동반 증가했다. 대전의 한 무역학 교수는 “반도체 호황 덕분에 대미 수출이 일시적 반등을 보였지만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엔 이르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 세부 합의가 이뤄졌지만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서명과 국회 동의 등 절차가 남아 있다. 관세 완화가 확실해지면 공급망이 안정돼 수출 회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청권의 핵심 수출품인 승용차 수출도 15억 4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북미지역의 품목관세(25%)가 유럽연합·일본(15%)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선방한 셈이다. 충남 부품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와 협력업체들이 고환율 상황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럽과 중동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며 ”향후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가 이뤄지면 중단됐던 계약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석유화학 업종은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대산을 포함한 국내 석화단지의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대산석화단지 관계자는 “노후 설비를 롯데케미칼에서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하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며 “설비 통합이 완료되면 나프타 원료비 절감과 고부가 제품 전환을 통해 수출 성과 개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으로 최대 변수는 고공행진하는 환율이다. 11일 오후 4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5.10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이다. 이로 인해 이달 초 수입액도 크게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입은 16.1%, 반도체 제조장비는 무려 59.2% 증가했다. 대전의 한 경제학 교수는 “고환율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막으면서 중소 수출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당분간 반도체가 경상수지를 지탱하는 ‘창이자 방패’ 역할을 하겠지만 대미 투자 확대와 현지 공장 이전으로 인한 자금난과 산업 공동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