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거꾸로 걸어놔도 수능의 시간은 돌아온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올 수능엔 지난해보다 3만 1504명이 늘어난 55만 4174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총응시자 수로는 2019학년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지역에선 대전 1만 6131명, 세종 6005명, 충남 1만 9262명, 충북 1만 3890명 등 모두 5만 5288명이 응시 예정이다. 모든 수험생이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쥐길 기원한다.

올해는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고3으로 응시하고 졸업생인 N수생 응시자가 많아 여느 해보다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로 총응시자 중 재학생이 37만 1897명(67.1%), 졸업생이 15만 9922명(28.9%), 검정고시 등 기타가 2만 2355명(4.0%)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재학생은 9.1%, 기타 지원자는 11.2% 증가했고 졸업생은 1.2% 감소했다. 졸업생 응시자가 줄었다고는 하나 최근 12만∼13만 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적잖은 수준이다.

의대 모집 인원이 원래대로 축소돼 최상위권의 경쟁이 불꽃 튈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만의 리그’고 수험생 수 증가에 따른 경쟁률 상승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올 수능의 최대 변수는 이른바 ‘사탐런’이 꼽힌다.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로 몰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전체 탐구영역 지원자의 77.3%인 41만 1259명이 사회탐구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했다. 지난해 수능(62.1%)보다 15.2%p 증가한 수치이자 2018년 사탐 9과목 체제가 도입된 이래 최고치다.

대충 정리하면 대입 관문이 다소 좁아지고 의대 문턱이 높아지며 사탐런으로 인한 내신 변별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예측 가능한 올 수능의 특징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이 없는 수능 기조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가를 수 있는 적정 난도 문항을 어떻게 출제했을지와 그로부터 파생될 평균 체감, 이를테면 불수능일지, 물수능일지 난이도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영역이다.

수능은 한국 사회의 문화다. 우리는 부모 된 심정으로 수험생을 응원한다. 대입의 당락이 인생 항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임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언어를 전하는 것일지 모른다. ‘꼰대’들의 ‘라떼’도 입시에 부쳐서는 화제성이 떨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진부하지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건넬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덕담이 아닐까 싶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순 없다. 그것이 시험의 생리고 작동 원리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하나 마나 한 소리라도 모든 수험생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인생 오늘만 사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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