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은 다정하게 소통하며 잘 놀아주는 아빠
현실은 회사 일에 치어 피곤에 찌든 지친 아빠

누구나 ‘친구 같은 아빠’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현실에선 대부분 그저 ‘바쁜 아빠’로 살아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달 미성년 자녀가 있는 남성 418명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의 이상과 현실을 묻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육아 전 꿈꿨던 이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이 제일 많이 답한 모습은 ‘친구같은 아빠’(19.4%)였다.
이어 ‘잘 놀아주는 아빠’(14%),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9.9%), ‘다정한 아빠’(9.1%), ‘아이와 소통하는 아빠’(6.5%) 등이 순이다. 그러나 이들이 현실에서 가장 많이 마주한 아버지의 모습은 ‘바쁜 아빠’(15.1%)였다. 이어 ‘주말에만 시간 내는 아빠’(8.3%), ‘피곤한 아빠’(7%), ‘지친 아빠’(6.5%), ‘혼내는 아빠’(5.4%) 순이었다.
아빠들은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나는 이유(주관식)로 ‘바쁜 회사일에 지쳐 육아에 집중하기 어려워서’, ‘육아가 생각보다 어렵고 변수가 발생해서’, ‘휴식시간이 없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등을 지목했다.
상당수의 아빠들은 육아에 경제적 지원(33.5%)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육아휴직 등 제도적 지원은 28.5%, 심리상담과 관련 교육은 20.4%, 보육 서비스는 16.3%였다. 5살과 9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A 씨(38) 씨는 “어린 시절 일에 바쁘기만했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이었으면 좋겠는 생각에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친구같은 아빠가 꿈이었다”며 “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현실을 마주하니 돈을 벌기 위해 일에 몰두하다보니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주말 이외에는 거의 나지 않아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 저녁 한 두시간 만이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게 경제적인 지원이나 육아와 관련된 제도들을 아빠들도 눈치 없이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남성의 육아 참여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 대전의 한 대학 교수는 “‘육아는 엄마가’라는 사회적 인식이 ‘엄마, 아빠 함께하는 육아’로 바뀌는 게 중요하다”며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나 단축근무 사용 등에 따른 직장 내 불이익, 장시간 노동 관행의 근본적인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wg9552063@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