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내년 1월부터
미적립부채 1700조 원대…고령화 대전지역도 부담↑

내년 1월부터 국민연금의 새 모수체계가 가동되는 가운데 ‘미적립부채 공개’ 여부를 둘러싼 국회 논쟁이 거세지고 있어 향후 추가 재정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55년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 이는 2023년 5차 재정추계 결과로 지난 4차 추계보다 고갈 시점이 2년 앞당겨졌다. 기금은 2040년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수급자는 급증하는 반면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빠르게 줄고 성장률 둔화로 보험료 수입 증가 폭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대전의 한 행정학 A 교수는 “2023년 논의 당시 현행 보험료율 9%는 OECD 최저 수준으로 일본 18.3%, 독일 18.6%, 미국 12.4%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며 “결국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대신 국민적 반발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미세 조정했다. 가장 민감한 수급개시연령 조정은 반발 탓에 보류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는 지난 3월 연금 구조는 그대로 두고 수치만 손보는 ‘모수개혁’을 선택했다. 퇴직연금 통합이나 완전적립 방식 전환 같은 구조개혁은 노동시장·금융시장·조세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고난도 개혁으로 이해관계 충돌과 정치적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A 교수는 “모수개혁은 단기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조치였을 뿐”이라며 “인구구조가 더 악화되면 언젠가 수급연령 상향이나 적립·부과 구조 재설계 같은 구조개혁 논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미적립부채 공개’ 여부를 두고 2차 격돌에 들어갔다. 미적립부채는 향후 지급해야 할 연금 의무에서 앞으로 적립될 보험료와 기금 수익을 뺀 금액으로, 규모가 클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현재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2021년 국민연금연구원은 향후 70년 기준 미적립부채를 1735조 원, 150년 기준으로는 3450조 원 규모로 추산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내재적 부채는 장기 인구전망과 할인율을 반영해 계산하는데 이를 단순히 ‘국가부채 증가’로 해석하는 여론이 생기면 보험료 공포심리가 커질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정전문가는 “미국·일본·독일은 70∼75년 평가기간을 기준으로 미래 연금 책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뢰를 관리한다. 우리도 장기 부담을 공식화하되 초기 충격을 완화할 단계적 설명과 제도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미적립부채 공개’만으로 국민연금이 추가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전의 한 경제학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은 수급개시연령 조정, 급여구조 개편, 기금운용 개혁 등 다양하다. ‘공개=인상’이라는 단선적 결론은 피해야 한다. 다만 내재적 부채가 드러나는 순간 제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결국 투명성 확보와 지속가능성 강화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어떤 조합을 선택하느냐가 향후 연금개혁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전지역의 25~29세 연령대의 합계 출산율은 2000년 1.501에서 2022년 0.842까지 떨어졌다. 고령화가 깊어질수록 연금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