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규제 신속 정리’ 시사하자 대한상의 ‘완화 건의’
지역 핵심·혁신산업에 대규모 자본·기술·공급망 더해져

사진= 이재명 SNS
사진= 이재명 SNS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 신속 정리’를 시사한 데 이어 재계까지 금융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Buy 충청’의 밸류업은 물론 대기업이 직접 스타트업을 키우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생태계’까지 동시에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일 열린 제2차 기업성장포럼에서 공정거래법과 금융 규제를 대표적 낡은 규제로 지목하며 “중견기업이 맞닥뜨리는 규제가 94개, 상호출자제한기업은 343개의 규제를 우리가 맞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 마련을 요청하면서 “이게 안 되면 하다못해 진짜 금산분리라도 해소하게 되면 우리가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6일 이 대통령이 규제 완화·철폐 의사를 밝힌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회의’ 발언과 맞물린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여러분이 제일 필요한 게 규제 같다. 완화, 철폐 등 가능한 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면 제가 신속하게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금산분리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산업자본이 금융사를 지배하거나 계열사에 은행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전의 한 경영학 A 교수는 “삼성·현대차·LG·SK 같은 대기업이 금융 자회사(VC)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충청권 제조·바이오·AI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지방정부가 대기업 유치에만 매달렸고 지역 벤처 생태계는 성장 기회를 놓쳤다”며 “미국·유럽·일본은 이미 자체 VC와 M&A를 통해 혁신 산업에 신속히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려면 금산분리의 합리적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VC 생태계가 확장되면 핵심기술을 보유하고도 주목받지 못한 지역 중소·벤처·스타트업들이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의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VC 113개사 중 62.8%가 “투자재원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최근 2년간 모태펀드·성장금융·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은 VC가 75.2%에 달해 자금 구조가 공공 중심에 치우친 상황이다. 대전 벤처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반도체·AI처럼 초기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긴 산업은 민간 CVC 참여 여부가 기업 생존율과 성장 궤도에 결정적이다. CVC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파산 확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오송·오창 바이오클러스터, 대덕연구단지, 세종 AI 데이터센터 등 국가 핵심 연구 인프라가 모여 있는 충청권은 CVC 자금과 대기업 네트워크가 결합될 경우 ‘기술→시제품→양산→수출’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가장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180조 원을 돌파했다가 조정 중인 ‘Buy 충청’의 밸류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A 교수는 “민간 CVC가 들어오면 외부 대기업이 지역의 핵심·혁신기업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공급망·시장 접근성을 함께 제공해 기업 가치 상승을 견인한다”며 “이 구조가 안착되면 기업의 재무 안정성, 설비투자, 신제품 출시 속도까지 개선돼 충청주의 실적 기반 밸류업이 뒤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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