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숙경 시인

어린 시절의 내 마음은 도망쳤네
속 빈 대나무처럼
작은 바람에 놀라고
태풍의 눈에 찔려
뿌리째 흔들렸네
나, 껍데기로 살아
꿈에서조차 새들에게 쫓기다가
돌부리에 부딪히고
헛디딘 발은 구덩이에 빠졌네
나, 잃어버린 마음 찾아
강가에도 가고
숲속에도 가보고
벼랑 끝에도 가보았지만
마음은 돌고 돌아
방바닥 시집 속에 포개져 있었네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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