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제가 한 게 아니라 가게를 찾은 손님들이 저를 통해 한 거예요.”지난 2년간 매달 대전 동구청 사회복지과와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를 하고 있는 김진희(54) 씨와 부인 이선숙(50·여) 씨의 말이다. 동구에서 30년째 한국비닐이라는 업체를 운영하는 이들 부부는 “많은 금액도 아닌데 부끄럽고, 크게 칭찬 받을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농업용 비닐을 제조·판매하는 김 씨 부부가 매달 수입 중 25만 원씩을 복지단체 등에 기부한 지 어느덧 3년이 돼 간다. 정기적인 기부에 대해 부인 이 씨는 “동전이 생길 때마다 저금통에 저금 하듯이 매달 작은 액수지만 기부를 통해 행복을 저금하는 중”이라며 “비닐을 한개 씩 팔 때마다 손님도 기부하고 우리도 기부하는 셈이라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남들처럼 많은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김 씨 부부는 “배가 고파도 없어서 못 먹고, 배우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못 배우는 게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이들 부부는 결식아동 문제에 큰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 부인 이 씨는 몇 해 전 동구 지역에 밥을 굶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개인적으로 결식아동들을 돌봐왔다. 정기적인 후원의 시작은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느낀 이 씨가 동구청 사회복지과 직원에게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면서 부터이다.이후 매달 후원금을 기부하게 됐고, 형편에 조금 여유가 생겨 추가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기부를 시작했다. 이 씨는 “남을 위해서 기부 활동을 한다는 게 힘든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기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기부는 그저 나누어서 좋은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작은 나눔부터 실천했으면 한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김 씨는 “지금은 아주 조금 나누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복지시설을 만들어 그동안 번 수익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기적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부창부수 기부왕에게서 나눔의 미학을 몇 수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