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국충청과 청풍명월충청도 사람들은 실리, 실용보다 대의명분과 가치를 중시하려는 경향이 짙다. 혹자들에겐 도대체 속을 알 수 없는 표리부동 또는 의뭉스러운 이들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실상은 원칙과 정도에서 일탈하지 않나 하는 걱정과 고민이 판단을 주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 이익을 주창하는 실리론자들에게는 명분을 지키려는 충청도 정서가 답답할 수도 있다. 잠깐 고개를 돌리면, 손을 잡으면 편히 갈 수 있는 것을 부응하지 못하니 그들에겐 우매해보이기까지 한다.일각에선 충청도의 발전이 늦은 이유에 대해 이처럼 명분을 중시하고, 실리에 편승하지 못해서 결국 손해보더라도 화를 내기보다 너털웃음으로 넘겨내는 충청도 특유의 정서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올바른 원칙과 명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충청도 기질은 국난 때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평소엔 순한 사람들이 대의명분과 소중한 가치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졌다.나라 수호의 첨병을 자처하며 충청도가 수많은 열사를 배출한 충정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청도는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의미하는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으로도 불리는데 이 말은 중심이 뚜렷하고 흔들림 없이 결백한 충청도를 상징한다.충청도는 청풍명월에 걸맞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춰 먹을 것이 많고 자연재해가 적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땅이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 역시 청풍명월인 산수(山水)의 영향을 받아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 자분자족하며 사는 것을 즐겼다.오랜 세월 유유히 흘러온 금강(錦江)은 충청의 역사와 문화의 토대가 됐는데, 이는 온화하고 원만한 충청인의 품성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백제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와 함께 선비정신, 충효, 충절, 절의 등을 덕목을 충청의 상징적인 정신문화로 자리매김 시켰다.◇충청도 사람들 정말 양반이유~충청인은 예로부터 '충청도 양반'으로 불리웠다.이 말은 충청인이 옛 양반들처럼 말도 행동도 조금 느린 사람들이면서 믿음직하고 예의와 염치를 아는 순박한 사람들임을 지칭한다. 어떤 이미지가 됐건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굼뜬 것 같은데도 왠지 포근함과 편안함을 풍긴다. 양반과 함께 ‘선비정신’도 충청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용어다.양반과 동의적인 성격을 띠면서도 다소 상반된 의미를 갖고 있는 선비는 인격의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학문에 힘쓰며 대의를 위해서는 목숨도 초개같이 버릴 수 있는 지조를 갖춘 이들로 언행(言行) 일치에 노력했다.학문과 덕을 겸비하고 지조와 절개를 생명처럼 여겼던 선비는 대의를 위해서는 자기 일신을 돌보지 않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이해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현실을 비판했다. 선비에게 학문은 출세의 도구가 아니라 인격 완성과 도덕적 실천을 위한 지혜의 샘이었다. 항상 몸을 단정히 하고 예를 중시하며 결과보다는 명분과 의리, 동기를 중히 여긴 선비는 일신의 영달이나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고, 나보다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충과 효의 절묘한 조화충(忠)은 본래 중(中)과 심(心)을 합해 형성된 글자다. 충은 속마음, 거짓 없는 마음으로서 충심(忠心), 충성(忠誠), 충직(忠直) 등을 의미한다. ‘논어’에 나오는 충의 본래 의미는 허위와 자기 기만이 없는 성실한 마음이고, 공익을 우선하며 타인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자세로 남을 이해하고 친애하며 존경하는 심성이다. 결국 충은 자기 충실이며 이웃, 사회, 국가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충의 사전적 풀이는 정성, 성의, 또는 정성과 성의를 다함을 뜻하며 일반적으로는 군신(君臣) 사이에서 신하된 자의 도리를 가리킨다. 동양 윤리에선 가족을 천하의 기본으로 삼는 관념이 있기 때문에 주군(主君)을 섬기는 충은 부모에 대한 효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했다.효(孝)는 노(老)와 자(子)의 결합으로 연하자가 연장자를 받들어 모신다는 데서 유래됐으며, 이런 관계는 부모와 자녀 간에 형성되는 원초적인 관계로부터 비롯됐다.우리 선조들이 효를 ‘백가지 행실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모와 자식 사이는 천륜으로 맺어진 인간관계인 까닭에 이를 근간으로 가정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인간관계의 범위가 확대됨과 동시에 사랑의 정신도 확대돼 모든 인류사회의 질서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절개와 의리를 지켜온 충청인우리 민족은 고래로 그 풍속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용모가 단정한 것을 숭상했으며, 품성이 맑았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옛 조상인 동이(東夷)족에 관해 “그 사람들은 씩씩하고 용맹스러우며 근신하고 인후해 도둑질이나 노략질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기질이 결백해 악의와 타협하지 않는 고결한 기품을 갖고 있었고, 지조 있게 절의를 존중하는 삶을 영위하며, 의로운 일에 앞장섰다.절의(節義)는 절개와 의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 충청도 선비들은 결백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탐하거나 절의가 없는 자를 비인격자로 천대했다.선비는 몸가짐에서 의롭지 못한 일을 하면서까지 부귀를 탐하지 않았다. 선비는 빈궁한 생활을 해도 본분을 망각하는 일이 없고, 겸양의 예로서 자신을 지키며 글 읽는 데 전념해 잡념을 쫓았다. 최 일 기자 choil@geumgan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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