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팔진도 ②
“공명의 팔진법이 참으로 변화무쌍하니 그럴 테지요. 노인장께서 제 목숨만이라도 구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육손은 배우기를 포기하고 황노인께 여러 차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본진으로 돌아갔다. 이 일을 두고 당나라 시인 두보가 시를 지어 제갈양을 찬양했다.
‘공은 삼분하는 나라 중에 첫째가는 으뜸이요./ 이름은 팔진도 또 한 번 떨쳤다./ 강물은 흐르는데 돌은 옮겨 가지 않았다네./ 오국을 삼키지 못한 일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육손은 진으로 돌아와 공명을 생각하며 탄식했다.
‘제갈공명은 그냥 인간이 아니다. 그는 참으로 와룡이다. 도저히 내가 따라갈 사람이 아니다.’
육손은 와룡의 팔진도에 혼쭐이 나고 촉국을 쳐들어갈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명하기를
“우리는 이제 돌아간다. 삼군은 속히 시행하라!”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장수들이 반대하여 말하기를
“유비가 대패하여 백제성에 갇혀 있는데 돌아가다니 아니 될 말입니다. 이 승세를 타고 팔진도를 깨 부셔야 합니다.”
“하하하. 나는 팔진도가 무서워 물러가는 것이 아니다. 위황제 조비는 간사하기가 애비 조조보다 더하다. 내가 만약 촉병을 쫓으면 우리의 허한 틈을 타고 쳐들어 올 것이다. 우리가 서촉 깊숙이 들어가면 조비가 쳐들어 왔을 때 급히 돌아오기 어렵다. 이제 두말 말고 돌아가자!”
육손은 말을 마치고 장수들을 불러 뒤를 끊게 하고 대군을 휘동하여 본국으로 철수했다. 육손이 군사를 물려 철군한지 3일째 되던 날 정오다. 파발마가 달려와 보고하기를
“위장 조인이 유수로 조휴는 동구로 조진은 남군으로 3로로 나오는데, 그 수효가 10만으로 지금 국경지대까지 육박해 왔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하 그럴 것이다. 내 요량이 틀림없구나. 벌써 준비를 해두었으니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육손은 여유 있게 보고를 받고 말했다.
장무 2년 여름 6월에 육손이 효정과 이릉땅에서 촉군을 깨 부시니 선주는 백제성으로 쫓겨 갔다. 자룡은 외로운 백제성에서 선주를 호위하고 있었다.
이때 마량은 선주의 용병에 문제가 있지 아니 한가? 자문을 구하러 서촉에 있는 공명에게 물으러 갔다가 돌아왔다. 선주의 실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촉군이 참패한 현장을 보고 마량의 가슴은 터질 것 같았다. 마량이 선주를 만나 공명의 말씀을 전하자 장탄식을 하기를
“짐이 어리석었다. 승상의 말을 듣지 아니한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다. 오늘날 무슨 면목으로 성도로 돌아가 문무백관을 만나 볼 수 있겠는가!”
선주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전지를 내리기를
“나는 백제성에 머물겠다. 관역 이름을 고쳐 영안궁이라 하라! 모든 국사는 공명군사가 태자를 도와 집행하라!”
선주가 성도로 돌아갈 것을 포기하고 연안궁에 머물고 있을 때 전쟁에 뒷 소식이 날마다 들어왔다.
“풍습, 장남, 부동, 정기, 사마가 등등 제장들이 충절을 다해 싸우다가 전쟁터에서 순국했습니다.”
이런 아픈 소식이 들어 올 때마다 선주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방성통곡(放聲痛哭)을 그치지 않았다.
다른 날 또 다른 정보가 들어왔다.
“효정싸움을 이기고 위국을 막으러 갔던 수군대장 황권은 조비에게 항복했습니다. 황권의 가족을 잡아다가 죄를 물어야 합니다.”
“황권의 가족의 죄를 묻는다는 말은 잘못이다. 강북에서 황권이 항복한 것은 오병으로 인하여 길이 막힌 때문이다. 돌아올 길이 끊어졌으니 촉국으로 돌아올 수 없어 항복한 것이다. 이것은 짐이 잘못 용병하여 생긴 일이지 황권의 잘못이 아니다. 그때 황권이 간하던 일이 생각난다. 내가 어찌 황권의 말을 소홀히 여겼을까 후회하고 있다. 황권의 가족에게 전과 같이 녹미를 그대로 주어서 생활에 지장이 없게 하라!”
선주는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며 너그럽게 황권의 일을 처리했다.
한편 촉의 수군대장 황권이 위국에 항복하자 조비는 황권을 보고 기뻐하며 말하기를
“오늘 짐은 마음이 흡족하오. 짐은 항복한 황장군을 촉나라 유비보다 더 대우하여 직급을 높여 중히 쓰겠소.”
“... ...”
조비의 이와 같은 환대의 말에 황권은 입을 꼭 봉하고 눈물만 흘리자 조비가 다시 묻기를
“황장군! 장군은 짐의 말이 말 같지 않소? 짐이 황장군을 이리 환대하는데 그대는 어쩌자고 눈물만 흘리오?”
“폐하! 패군지장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목숨을 보존케 하여주심으로 만족하고 있나이다.”
“음 하지만 짐은 그대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