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 손권과 싸우다.(1)

조비가 이릉전쟁의 결말을 지켜보고 오촉의 정세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가후를 불러 침략전쟁의 야욕을 불태우고 물었다. 그러나 첨하 모사 가후는 조비에게 전쟁의 때가 아니라고 진언하였다.
“폐하! 때가 이르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할 때가 아닙니다. 전쟁을 하면 우리 위나라에 이롭지 아니합니다. 유비로 말하면 웅대한 재질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의 경륜을 들여다 보면 황건적 시절로 올라갑니다. 그는 풍찬노숙하면서 오늘의 촉한을 창업했습니다. 지금 도원결의를 지킨다고 다소 노망기가 있어 오판을 했지만 그 곁에 제갈양이 정승으로 있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그가 바로 세치의 혀로 적벽대전을 일으키고 승리케 한 장본인입니다. 그는 그런 악조건 속에서 유비를 도와 오늘날의 촉나라를 일으키게 한 것입니다. 그런 제갈양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습니다. 동오 손권은 또 어떻습니까?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서 제 맘대로 헤엄칩니다. 이래도 보고 저래도 보면서 얻을 것은 다 얻고 있습니다. 장강의 험을 너무나도 잘 이용한 귀재입니다. 허와 실을 잘 준별하여 처신합니다. 그 동안 그의 곁을 지키던 면면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인재를 아끼고 잘 쓰며 용병을 잘 하는지 알게 됩니다. 먼저는 주유를 써서 적벽대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다음은 노숙을 써서 강동을 장악하고 국부를 이룩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여몽을 쓰더니 형주와 양주 9군을 수중에 감쪽같이 넣었습니다. 그 뒤끝으로 유비는 두 아우를 잃고 촉나라는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습니다. 그런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75만 촉의 대병 앞에 놓인 손권은 또 하나의 별을 찾아낸 것입니다. 바로 육손이지요. 그가 이번에 이릉전쟁을 승리로 장식하니 동오는 앞으로 탄탄대로에 서게 된 것입니다. 동오는 육손이 있어 험한 요해처마다 군사를 둔병시켜 강을 격하여 전선을 펼쳐 놓았습니다. 쉽게 격파할 수 없습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에는 유비와 손권을 대적할 재목이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폐하의 위력으로 친정을 하신다 해도 용이치 않사오니 저 두 나라에서 변이 생기기를 기다리십시오.”

“아니오. 짐은 이미 세 길로 대병을 움직여 손권을 치라 했는데 반드시 승리할거요.”
위황제 조비의 자신만만한 옥음을 듣고 상서 유엽이 아뢰기를
“요사이 육손이 촉병 70만을 이릉 전쟁에서 깨부수었습니다. 또 군관민이 하나가 되어 강호의 험한 요새에 둔병하여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답니다. 육손이 꾀가 많은 사람이라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 쉽게 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경은 얼마 전까지 손권을 치라고 권하더니 이제는 막으니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시오.”
“폐하!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전에는 동오가 촉나라에게 여러 차례 패한 뒤라 그 형세가 꺾이어 있었으므로 한번 쳐 볼만하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릉전쟁을 이기므로 그 승세가 백배나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이럴 때는 공격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짐의 뜻은 이미 결정되었소. 경들은 다시 말하지 마오.”

조비는 어림군을 거느리고 친히 세 길로 나간 군마를 후원하러 나갔다. 이때 초마가 달려와 위황제 조비에게 보고하기를
“동오 육손이 벌써 대비를 하였는지 여범이 조휴를, 제갈근이 남군의 조진을, 주환은 유수의 조인을 막고 있습니다.”
초마의 보고가 있자 유엽이 다시 조비를 향하여 간하기를
“폐하! 적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임하여 벌써 수성에 들어갔나이다. 폐하께서 친정하신다 해도 수고에 비하여 얻은 것이 없는 싸움이 될 것입니다. 이 싸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아니오. 짐은 이 싸움을 중하게 여기오. 이제 다시 짐의 가는 길을 막지 마오.”
이때 오장 주환은 27세의 청년장군으로 담력이 크고 지략이 풍부했다. 손권은 주환을 사랑하고 신뢰했다. 그런 주환이 유수를 지키고 있는데 조인이 군사를 거느리고 선계를 취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유수 본성에 5천군만을 남기고 모든 군사력을 선계로 집중하여 조인을 막게 했다.
그때 모골이 송연할 두려운 정보가 들어왔다.
“주장군, 조인이 부장 상조에게 제갈건과 왕쌍을 맡기고 위국군사 5만 정병으로 유수성으로 쳐들어옵니다.”

“두려워마라! 이기고 지는 것은 주장의 전략에 달려있다. 군사의 수가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 병서에 객병이 주병보다 배가 된다 해도 주병이 이긴다 했다. 지금 조인은 천리 먼 길에서 온 피곤한 군사다. 나는 높은 성에 웅거하며 남쪽은 큰 강이요, 북은 험한 산악이 버티어 주고 있다. 건강한 군사로 피곤한 군사와 대적하는데 무엇이 두려우냐? 이 싸움은 백전백승하는 답이 이미 나와 있는 싸움이다. 비록 조비가 친정했다 하나 근심할 것 없다. 조인 따위에게 겁먹을 주환이 아니다.”
주환은 장병들에게 이렇게 설파하고 다시 영을 내리기를

“모든 군사들은 즉시 기를 거두고 북을 절대로 울리지 마라! 조인이 보기에 성안에 사람이 하나도 없게 보이게 하라!”
오군들은 성에 꽂은 기를 내리고 창과 칼을 눕혔다. 그리고 공성인 듯 보이게 하고 모든 군사를 매복시켰다.
이때 위의 선봉장 상조는 군사를 재촉하여 진군시켰다. 성을 향하여 돌격할 때 별안간 크게 대포소리가 터지더니, 성위에서 기치창검이 벌떡 일어나고 성문이 활짝 열렸다. 성문을 바라보니 청년대장 주환이 나는 듯 말을 달려 나오더니 상조에게 달려들었다. 상조가 정신없이 맞상대하여 겨우 3합을 견디다가 목에 칼을 맞고 말 아래 떨어졌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