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기와 사랑을 불태운 강혼
강혼(姜渾)이 붙들려 왔다. 수청 기녀는 말할 것도 없고 아전들은 큰 변이 일어났다며 몸 둘 바를 몰라 하는데, 사또는 뜻밖이었다. 주안상을 준비케 하고 백면서생 강혼(姜渾)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사또는 기생의 소맷자락에 쓰인 시를 보고 그의 글재주와 호기에 마음이 끌려 한 잔 술은 나누고 싶었고, 어쩔 수 없이 수청을 들 뻔 했던 기생도 되돌려 주고자 생각에서 불렀던 것이다.
강혼(姜渾)이 이때 기생의 소매에 써준 시(詩) 역시 ‘증주기(贈州妓)’라는 제목으로 문집에 실려있다.
高牙大纛三軍帥 黃卷靑燈一布衣(고아대독삼군수 황권청등일포의)
方寸分明涇渭在 不知丹粉爲誰施(방촌분명경위재 부지단분위수시)
목사는 삼군을 통솔하는 장군 같은데
나는 한낱 글 읽는 선비에 불과하네.
마음속에는 좋고 싫음이 분명할텐데.
몸단장은 진정 누구를 위해 할까.
강혼(姜渾)은 풍류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문집에 ‘성주(星州)기생 은대선(銀臺仙)은 14~15세기인 조선 초기 경상도 성주에서 활동한 관기’에게 써 준 시(詩) 2수도 함께 전하며,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 실려 전하는 내용으로 은대선(銀臺仙)과의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다.
“목계 강혼이 일찍이 영남에 가서 성산(성주) 기생 은대선(銀臺仙)을 사랑했다. 돌아 올 때 부사역까지 말을 태워가지고 왔는데 이미 침구를 가지고 먼저 지나가 버렸기 때문에 공은 기생과 이불도 없이 역사에서 하룻밤을 자고 시를 지어 주었다고 한다.”
기성산기(寄星山妓-성산 기생과 살며)-강혼(姜渾)
扶桑館裡一場驩 宿客無衾燭燼殘(부상관리일장환 숙객무금촉신잔)
二十巫山迷曉夢 驛樓春夜不知寒(이십무산미효몽 역루춘야부지한)
부상 역관(驛館)에서 하룻밤을 즐기는데
나그네 이불 없고 촛불만 타다 남았네.
십이무산(十二巫山)이 새벽꿈에 어리고
역루(驛樓)에 봄밤은 추운 줄을 모르네.
눈썹 그리는 여인(銀臺仙 2수)-강혼(姜渾)
姑射仙人玉雪姿 曉窓金鏡畵蛾眉(고사선인옥설자 효창김경화아미)
卯酒半산紅入面 東風吹빈綠參差(묘주반산홍입면 동풍취빈록참차)
천상의 선녀인가 자태가 옥 같구나
막걸리(卯酒)에 취한 듯 발그레한 그 얼굴에
봄바람 솔솔 불어 검은 머리 흩날리네.
고야선인(姑射仙人)은 장자 소요유편에 나오는 피부는 눈과 같고 아름답기는 선녀와 같으며, 오곡을 먹지 않고 바람을 들이마시며 이슬을 마신다는 신인(神人)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백설 같이 흰 살결, 옥 같은 그 자태. 그 자태는 장자가 말한 묘고야산의 선녀가 환생한 듯 눈이 부시다. 이른 새벽 일어나 하는 눈썹 단장은 누굴 위한 것일까? 그만 부끄럽게 내달린 마음 속 님 생각에 수줍게 두 뺨이 타오르고 말았다. 봄바람도 짓궂게 그 뺨을 간질이며 삼단 같은 귀밑 머리털을 날리고 있다.
강혼(姜渾)은 영남 성산의 기생 은대선(銀臺仙)을 사랑하다 성산을 떠나면서 은대선(銀臺仙)과의 정이 아쉬워 하루 밤을 부사역 근처의 객사에서 마지막 회포를 풀고 정을 통하게 되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