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 5로 병으로 촉을 치다 ①
위의 5로 대군이 쳐들어온다는 급보에 후주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사자를 승상부로 보냈다. 후주의 명을 받은 사자가 승상부로 달려갔다. 그러나 사자는 반나절을 기다렸으나 공명승상을 모셔오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와 후주에게 보고하여야 했다.
“폐하! 황공하옵나이다. 승상께서는 몸이 불편하셔서 침상에 누워계신 까닭에 오늘 입조하지 못 하신 것입니다.”
“허허. 작은 일이 아니로다. 승상께 위군이 쳐들어온다고 전했는데 그리 말씀하시던가? 승상께서 누워계시다니...! 이 무슨 불길한 일이란 말인가?”
후주는 불안해서 견딜 수 없는 고로 황문시랑 동윤과 간의대부 두경을 승상부로 가게 했다. 두 사람은 후주의 명에 따라 즉시 승상부를 찾아갔다. 그러나 승상부는 문이 굳게 닫혀 있고 수문장이 출입을 못하게 막았다. 이에 동윤이 큰 소리로 수문장을 꾸짖기를
“우리는 어명으로 온 사람이오. 어명을 받든 우리가 승상부를 출입치 못한다니 이게 어느 나라 법도요?”
수문장에게 호령을 하자 수문장이 마지못해 말하기를
“승상께서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출입을 금하라 엄히 분부하셨습니다. 꼭 하실 말씀이 계시다면 제가 대신 전해 올리겠습니다.”
“그러면 그대가 어서 가서 전해 주오. 지금 조비가 5십만 대군을 일으켜 5로로 우리를 공격해 오는 까닭에 왔다하시오. 국가의 운명이 매우 다급하여 후주께서 크게 걱정하시며, 승상께서 위군을 막을 대비책을 내어놓으시라고 신신당부한다고 전하시오.”
“예,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다녀오리다.”
수문장이 말을 남기고 공명을 찾아 들어가고 반나절이 지나도록 나오지 아니했다. 두 사람은 초조하여 불평을 털어놓기를
“공명승상이 너무하지 않는가? 5십만 대군이 한꺼번에 쳐들어온다 하니 주눅이 들었나. 혹시 겁에 질려 실신이라도 한건 아닐까?”
“민간에서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어요. 공명이라도 맨주먹으로 조비를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오. 아니 그렇소? 맨주먹으로 어떻게 5십만 5로 군을 막아낸단 말이요. 촉나라의 운명은 이제 풍전등화요. 언제 등불이 꺼질지 모른단 말이요.”
두 중신이 밖에서 공명의 회신을 기다리다가 지쳐 그런 저런 공론을 하고 있을 때 수문장이 나와 전하기를
“승상께서는 내일 아침 일찍 입조하시어 제경들과 함께 위군의 일을 논의할 터이니 그리 알고 돌아가시라 했습니다.”
“그 말 뿐이었소? 그렇다면 물러가야지.”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조정으로 돌아와 후주에게 승상부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의 일을 아뢰었다.
다음날 아침 문무백관이 조정으로 몰려들었다. 모두 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 까닭에 아침 일찍 몰려온 것이다. 그런데 일찍 온다던 공명은 중화 때가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해가 저물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조비의 5로 군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촉의 조정은 벌컥 뒤집혔다. 이 전쟁을 막든지, 피하든지, 이기든지 삼자 택일을 해야 할 공명승상이 두문불출이었다. 조정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의견만 분분했다.
이릉대전 이후 선주가 붕어하고 그런대로 망국의 길을 피해 온 촉국이다. 후주가 무사히 등극하고 황후도 맞이한 촉국이다. 군관민이 화합하여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촉국이다. 그런데 너무 빨리 조비의 대군을 맞이한 것일까? 제갈양은 위국을 극복할 대책이 없는 것일까?
만조백관들은 기나긴 여름 해를 땡볕아래서 공명을 기다리다가 해가 저물었다. 다들 한 마디씩 불평을 늘어놓고 흩어졌다. 공명을 향한 노골적인 불평이었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거친 욕설이 튀어 나왔다.
후주는 심려가 더욱 컸다. 거의 공황상태에 빠지기 직전이 되었다. 후주는 다음날 식전에서 간의대부 두경을 다시 찾아 명하기를
“지금 들은 대로라면 사태가 아주 심각한 것 같소. 이런 위급하기 짝이 없는 시간에 승상께서는 얼굴마저 보이지 아니하시니 이 일을 장차 어찌하면 좋겠소?”
“폐하, 이제는 친히 승상부로 가시어 대책을 물으심이 좋겠습니다.”
후주는 간의대부 두경의 말을 옳게 여기고 즉시 궁으로 들어가 태후에게 현 정세를 말했다. 그러자 태후가 크게 놀라 말하기를
“승상께서 무슨 생각으로 선주의 유지를 어기시는 것일까요? 그러면 내가 직접 승상을 찾아가 뵙겠소.”
“아닙니다. 태후께서 가신다니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소자가 찾아가겠나이다.”
후주는 태후께 그리 말하고 승상부를 친히 방문했다. 황제가 예고 없이 승상부에 나타나자 관리들이 크게 놀라하는데 후주가 말하기를
“승상이 지금 어디에 계시느냐?”
승상부 중문을 들어서며 그리 물었다.
“지금 연못가에 있습니다. 여러 날을 물고기를 보시며 고심에 쌓여 있습니다. 보기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짐을 그곳으로 안내하라!”
후주가 연못근처에 이르자 안내인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짐이 이제 혼자 갈 테다. 그대는 이제 있던 곳으로 가서 하던 일을 계속하라!”
황제는 연못가를 뚜벅뚜벅 걸어서 공명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다. 연못가에 수목이 울창하여 쉽사리 공명이 보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