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고도보존 위한 국제 학술 세미나 개최 ···

양국 전문가들 문화유산 정비·미래 발전방향 모색

“기억이 없는 도시는 미래가 없습니다.
왕도의 기억을 가진 사비부여,
무엇을 보듬고
어떻게 가다듬어
진화된 미래의 기억으로 남길 것인가.”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의 기조강연 맺음말>

지난 26일 쪽빛 하늘의 푸르름 속에 부여군(군수 이용우)에서는 부여·낙양 고도보존 국제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부여와 낙양의 문물 보존과 성과’에 대해 양국 간 전문가들이 모여 강연과 상호토론을 통해 1400여 년 전 한류(韓流)의 시초였던 백제문화와 중국 5개 왕조의 도읍지였던 낙양 간 동 시대의 상호유사성 확보와 미래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최초의 전문가 국제학술 세미나라는 상징성을 갖는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본보에서는 기조강연을 비롯해 5명의 양국 전문가들의 발표내용을 요약하고 종합토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편집자 주>

◆ 고도육성 통해 교류 활성화 모색하자
-환영사 (이용우 부여군수)-
“백제는 잘 아시는 바와 같이 활발한 대외교류를 통해 선진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이를 다시 일본에 전파시키는 등 고대 한류 문화의 중심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신라문화권에 비해 우리 백제문화권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2000년대 들어 백제문화권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 정책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어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이를 활용한 관광산업 육성과 더불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오늘 부여·낙양 고도보존포럼을 통해, 1400년 전 동아시아 국제교류의 중심축에 있었던 부여가 고도육성을 통해 교류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아시아의 고도중심으로서의 역량과 선도도시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부여 고도특성의 기본틀과 새로운 접근
- 기조강연(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 -

“오늘 포럼의 주제인 ‘부여와 낙양의 문물보존과 성과’는 부여와 낙양이 옛 도읍으로서 도시구성 원리가 유사하다는 관점에서 기획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날 토론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채미옥 국토연구원 문화국토연구센터장은 이번 포럼의 의미를 이같이 부여하고 “강을 자연해자로 한 양 도읍의 공간구성적 유사성과 차이점, 그리고 역사성 보존사업 을 비교해 훼손된 역사적 실체를 추정하는 단초를 모색하는 중요한 의의가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채 센터장은 “역사적 측면에서 부여는 그 실체가 드러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전제하고 “일제 강점기와 현대도시계획으로 변화한 고도 골격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빠르게 인구가 줄고 늙어가고 있는 도시 공동화 문제와 사비 고도읍의 역사성 보전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하고 문화재보전정책의 새로운 시도로서의 고도보전육성 정책인 ‘고도보존육성법’을 근간으로 부여고도 보존 및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론으로 ▲문화적 개발주의 배제 ▲역사적 진정성 회복에 대한 전향적 접근 논리 구축 ▲고도를 완결체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 ▲도시 내 개발되지 않고 비어있는 공간에 대한 관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절대적 원형보존이 아닌 ‘창조적 고도골격 회복’과 ‘상생적 고도관리’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도 보존하기’를 통해 부여가 가진 고도로서의 역사적 실체를 보존하고 회복해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시활력 넣기’로 역사문화유적 주변의 쇠락한 생활공간을 역사문화 환경과 조화되게 재생시켜 활기찬 삶터를 조성하며 ▲고도의 역사문화자산과 주민생활공간의 조화를 도모하여 고부가가치를 거둘 수 있는 ‘고도 보여주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끝으로, 부여 고도 보존 및 육성 방안으로 “고도가 관광도시나 문화도시의 아류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도시개발구상과 다른 공간구상 파라다임이 정립돼야 하고, 고도의 특성에 맞는 고도보존계획의 성격과 위상이 돼야 한다”며 “부여고도의 공간구상은 비워둘 곳을 먼저 골라서 비워두고, 나머지 부분을 새롭게 조성하고 개발하는 개념으로 ‘비움과 채움’의 파라다임에 기초해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 부여 국악의전당에서 열린 '2013 부여·낙양 고도보존포럼에서 토론을 마친 韓·中 양국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낙양 오대도성 보존정비와 전시 활발
- 고서성 高西省(낙양박물관 부관장) -
낙양의 옛 명칭은 ‘천하지중(天下之中)’으로 진정한 중국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낙양은 지리적으로 황하(黃河) 중류 연안에 위치한다. 북쪽으로 태행산(太行山), 남쪽으로 복우산(伏우산(牛山), 서쪽으로 효산(肴山), 동쪽으로 숭악(崇岳)과 인접하고 있으며, 지리가 평탄하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로 인해 낙양은 하대도성(夏代都城), 상대도성(商代都城), 동주왕성(東周王城), 한위낙양성(漢魏洛陽城), 수당동도성(隋唐東都城) 등의 5개 도성유적이 발견되었다. 이리두도성(二里頭都城)은 중국 최초의 도성이며 한위낙양성(漢魏洛陽城)은 4개

 조가 도읍을 정했던 도성으로 낙양은 무려 1500여 년의 정도역사(定都歷史)를 자랑하고 있다.
즉 중국 고대도성의 형성, 발전 및 쇠퇴의 전 과정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도성에 대한 보존정비와 전시는 중국 도성발전의 변화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또 출토된 청동예기(靑銅禮器), 원시청자(原始靑瓷) 등은 세계문명사에서도 보기 드문 물질문화로 기록될 것이다.

◆ 문화유산·유적 통합적 보전 활용 제기
- 최종호(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관리학과 교수) -

부여군과 주민들이 부여고도보존육성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여의 유형·무형 역사 문화유산과 유적, 역사문화적 환경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보존·육성해야 한다.

백제의 마지막 왕도 부여라는 역사적 정체성과 유형·무형의 역사문화유산과 유적을 통합적으로 보전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여군과 주민들이 부여군고도문화사업소, 부여고도문화센터, 부여고도보존 세계유산관리주민협의회, 부여고도 보존육성포럼, 부여군문화재보존센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문화유산등재추진단 등과 협력과 협치를 통해서 고도보존사업과 주민지원사업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추진해야 부여를 활력 있는 역사 문화도시로 보존육성하고, 부여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 제고 및 지역경제 특히 관광산업 진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 문화유산은 보존은 중차대한 과업
-여강녕 (余江寧·낙양시문물관리국 부국장) -

낙양(洛陽)은 중국 국무원에서 일찍이 역사문화명성(歷史文化名城) 및 고도지정(古都指定)을 공표한 도시 중의 하나로서 지상은 물론 지하에 대량의 유적 및 유물이 존재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현재 중국의 국가발전 속도는 문화재 정책과 행정에 난제와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재정책 운영에 황금기도 도래했지만 문화재보존과 개발 간의 첨예한 모순이 대립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대립은 개발위주의 국가운영 체계 아래에서는 상당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가 추진하는 문화재보존의 모든 관련 행위는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우리는 물론 미래의 세대들에게 고귀한 문화유산을 온전하게 전승해주기 위한 궁극적 목적에 부합해야한 다는 것이다.

문화재보존은 우리세대만이 완성할 수 있는 역사적 사명이 결코 아니며 이는 우리의 미래의 세대가 영속적으로 지켜내야 할 인류의 공동유산을 보존하는 중차대한 과업이다.

◆ 사비도성 외곽 ‘견고함’ 독보적인 존재
- 박순발(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

사비도성 외곽은 사비로 천도한 538년 이전 축조된 것으로서 북위 낙양성과 더불어 고고자료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6세기대 동아시아 고대도성 외곽의 대표적인 예이다. 북위 낙양성 외곽은 토축성이므로 석축으로 된 사비도성 외곽은 견고성 면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이다.

사비도성의 외곽 내부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구획된 가로망으로 구성됐으며, 그에 따라 민리가 배치돼 있다. 동시기 중국 남북조 공히 보편적이었던 봉폐형리방(里坊)과 전혀 다른 개방형민리를 창안하였다. 리장(里墻)이 없는 개방형 도시 구획은 북송 말기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만큼 사비도성 개방형민리가 차지하는 고대 동아시아 도시 계획사상의 의의는 독보적이다.

◆ ‘개발과 보존’의 양날의 칼 딜레마 해결을
전문가 발표에 이어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장헌덕 교수가 좌장이 돼 진행한 종합토론회에는 강태호 동국대 교수, 정재윤 공주대 교수, 박방룡 전 부여박물관장, 배병선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장, 장건문(張建文) 천자가육박물관장이 토론자로 나서 발표자들의 발표내용을 근거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여러 가지 토론내용 중 동국대학교 강태호 교수는 여(余) 부국장에게 “낙양시의 경우 5대 왕조의 도읍답지 않게 많은 문화재가 훼손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본질이 훼손된 경우가 많은데 고고학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는 질의가 인상 깊었다.

여(余) 부국장은 답변에서 “고고학분야에서의 진정성, 연속성을 유지하고 싶지만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고 경제발전, 사회환경, 도시면모의 개선 등의 문제와 연계해 어려움이 많고 그렇기에 여기 참가하신 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이는 고도(古都)의 특성이 ‘개발과 보존’의 양날의 칼 이라는 딜레마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한편, 부여군은 낙양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현제 활발한 인적`문화적교류를 진행하고 있으며, 백제 마지막 왕인 ‘의자왕 묘찾기 사업’과도 연계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있어 그 결과에 대한 이용우군수의 역사적 결실이 기대되고 있다.

부여=김인수 기자 ki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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