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 반간계에 걸리다.(1)

사마의가 서량태수로 간다는 사실은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표기대장군을 변방의 일개 성주로 인사명령을 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사마중달이 국방상 이유를 들어 자원하니 조예로써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즉시 사마중달을 서량태수에 제수하여 옹주와 양주의 병마를 제독하게 윤허했다.

서량은 허도에서 멀리 떨어진 벽지다. 그러나 일찍이 그곳에서 마등과 마초라는 걸출한 인물이 배출되었고 동탁도 그곳을 의지하여 중앙정치무대에 출현하였다. 지금도 이따금씩 난을 일으켜 치안이 매우 불안한 곳이다. 사마중달은 대망을 품고 조서를 받자마자 병마를 거느리고 양주로 향했다.

이제 모름지기 위, 오, 촉 삼국정립시대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세 나라 중 촉나라가 상당히 열세이었으나 공명의 남만정벌이 끝나므로 촉나라도 명함을 낼만한 국세를 갖추게 되었다. 사실 공명의 남만정벌이 있기 전까지는 삼국 중에서 촉나라는 사실상 불안한 정국이었다. 그것은 세 나라 가운데 힘의 균형이 어울리지 않고 처진 촉나라가 선주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이릉전쟁을 일으켜 75만이란 대군을 잃고 보니 더욱 그랬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을 딛고 공명이 내치에 힘써 원만히 만회한 듯 보이나 남만국이 위황실과 가깝다 보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객관적인 악조건을 사실상 만회하여 삼국정립시대를 연 것은 공명의 칠종칠금(七縱七擒)의 위업이라 해야 할 것이다.

유사 이래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인내심으로 맹획을 복종시킨 공명의 지혜와 담력과 수완과 해박한 지식과 과학적인 두뇌와 그리고 그 기재와 경륜에 박수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다.
공명은 이렇게 차근차근 국력을 쌓고 중원으로 치고 나갈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데 태산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은 사마중달이라는 태산이다. 공명은 위국을 바라보는 혜안이 있었다. 비록 위나라가 크고 국세가 촉국의 몇 배가 되지만 인적자원 면에서 두려울 것이 없었다. 다만 하나만 제외하면 언제든지 위국을 넘어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제외해야 할 하나가 제외되지 아니하고 공명의 코앞으로 다가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마중달이라는 태산이었다.

공명은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승상부에서 국사에 전념하고 있는데, 위국에 나간 세작의 첩보가 도착했다. 그 내용은 사마중달이 서량태수가 되어 양주땅에 말발굽이 찍혔다는 정보다. 공명의 놀라움은 컸다. 촉나라 세작이 띄운 정보를 보고받고 크게 놀라 공명은 혼자 중얼거리기를
‘조비가 죽어서 내심 안심했는데 씨도둑은 못하겠구나! 조예도 보통내기가 아닌가 보다. 어린 것이 어떻게 그런 발상을 했을까? 사마의를 그곳에 박을 생각을 했을까?’

공명은 먼 산을 바라보았다. 아주 멀리 외롭게 흰 구름 한 덩어리가 남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찌 보면 토끼도 같고 어찌 보면 한 송이 목화송이 같기도 하다. 공명은 한 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다시 깊은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한참 후에 중얼거리기를

‘위황제 조예는 어리고 신하들은 모두 평범한 자들이다. 별 볼일 없는 조가들이 득세하여 우글거릴 뿐이다. 다만 그들 중에 사마중달을 제외하고는 근심될 사람이 하나도 없다. 모다 그럭저럭한 자들이니까. 그런데 하필 가장 뛰어나서 경계의 대상인 사마중달이 서량태수가 되다니? 그자는 제법 모략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자가 옹주와 양주 병마를 제독하게 되었으니 훈련을 마치면 반드시 대환이 있을 것이다. 아아! 앞날이 걱정스럽구나! 아아! 어찌 해야 할까? 양이 삼고초려의 큰 은혜를 입고 남양초려에서 나올 때 폐하의 은혜에 기필코 보답코자 했는데 또 하나의 장애물이 생겼구나!’

공명이 혼자 그렇게 걱정할 때 참군 마속이 찾아와 아뢰기를
“승상께서는 사마중달이 서량태수로 부임한 사실을 아십니까?”
마속은 아주 평온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나 공명은 마음이 편치 않아 건성으로 대답하기를
“오오! 마속. 나도 그 일로 지금 고심 중이지.”
“사마중달이란 자가 바로 우리 코앞에 와서 있으면 불편할 텐데 어찌하시렵니까?”

“글쎄. 그는 보통내기가 아니란 것쯤은 나도 이미 알고 있지. 그를 그대로 그냥 두면 사단을 낼 거야. 틀림없이 사마중달은 그의 병사를 잘 조련시킨 다음 우리를 넘볼 거야. 그러니 어쩌나 그 싹을 잘라내야 하는데.”
“그러시다면 승상께서는 사마의를 제압코자 서량을 공략하는 전쟁을 하신단 말씀입니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도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지.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는 일이고. 어찌해야 좋을지 아직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어.”
“승상! 전쟁을 서둘러서는 아니 됩니다. 우리는 남만정벌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군마는 휴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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