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공명의 출사표(3)

제갈공명은 조자룡을 설득하여 쉬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자룡에게 애원하듯이 간곡히 말하였다.
“조자룡 장군! 장군은 이 나라를 위하여 이만큼 충성하셨으니 이제는 보료 위에서 편히 쉬시기 공명은 엎드려 바랍니다.”
그러자 자룡은 완곡하게 공명승상에게 말하기를
“승상! 그것을 말씀이라고 하시오니까? 참으로 소장에게 선봉의 임무를 주시지 아니하신다면 소장은 지금 당장 계하에 머리를 부딪쳐 죽고 말겠습니다.”

“장군! 장군께서 참으로 선봉이 꼭 되신다고 하신다면 부장을 한 사람 붙여서 드리겠습니다.”
공명이 그리 말하자마자 한 장수가 뛰어 나오며 말하기를
“소장이 비록 재주 없으나 노장군을 도와 적병을 격파하겠습니다.”
공명이 보니 중군감 등지다. 공명은 몹시 기뻐하며 자룡에게 중군감 등지와 정병 5천과 부장 10명을 골라주며 전부대선봉군이라 명명하고 본군 보다 하루 먼저 성도를 출발케 했다.

촉국 건국 이후 세 번째 거국적인 군사행동이었다. 그러니까 선제가 운장의 원수를 갚겠다고 일으킨 이릉전쟁과 공명의 남만정벌 후 처음으로 대군을 일으킨 것이다.
공명이 원정길에 오르자 후주는 만조백관을 거느리고 북문 밖 십리 허 까지 나와 전송했다. 대군의 행군을 바라보니 정기는 하늘에 가득하고 군사들의 창과 칼은 햇빛을 만나 유난히 현란한 빛을 뿜었다. 대군은 도도한 강물처럼 한중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꿈틀거리며 북으로 향하는 대군의 움직임이 위의 세작들에게 포착되어 낙양으로 전해졌다.

‘제갈량이 3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쳐들어온다.’
‘조자룡이 선봉대장이 되어 쳐들어온다.’
‘남만국 맹수를 쳐 부신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군대란다.’
위나라가 송두리째 벌집을 쑤신 듯 불끈 달아올랐다. 위왕 조예는 급작스런 촉국의 침입에 크게 놀라며 신려들을 불러 의논하기를

“저 야비한 촉국의 무도한 침입을 누가 가서 격파하겠는가?”
조예가 격노하여 강한 어조로 말하자 한 사람이 나서며 아뢰기를
“신이 가서 침략자들을 징치하겠습니다. 신의 아비는 한중 싸움에서 촉국의 황충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를 갈고 원수를 갚으려 했으나 아직 기회를 얻지 못했나이다. 지금 촉병이 침입해 들어온다 하니 우선 본부군사를 거느리고 나가 싸우겠습니다. 하옵고 차제에 관서의 군사를 폐하께서 주신다면, 선봉이 되어 촉병을 깡그리 무너뜨리고 위로 국가의 위엄을 세우고, 아래로 아비의 원수를 갚아 원한을 풀겠나이다.”

모두 말하는 자를 보니 하후연의 아들 하후무다. 무의 자는 자휴로 성미가 급하고 인색했다. 조예는 깊이 따져 보지도 아니하고 말하기를
“경의 뜻이 그러하다면 자신이 있단 말이로다. 내 경이 원한 대로 소청을 들어 줄 터이니 공명의 꾀에 속지 말고 반드시 깨 부시도록 하라!”

하후무는 인색하기도하지만 안하무인으로 고집도 센 사람이다. 어릴 때 하후돈의 양자가 되었다가 하후연이 황충에게 죽으니 조조가 가엽게 생각하여 딸 청하공주를 주어 부마를 삼았다. 그래서 조정에서는 그를 높이 보고 공경했다. 하후무는 어렵지 않게 병권을 잡았으나 아직 임진대적을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후무가 자진 출전한다하니 위왕 조예는 하후무를 대도독을 제수하고, 관서의 모든 길의 군마를 조발하여 침략자 촉병을 막으라했다. 참으로 출세 한번 손쉽게 하고 벼락같이 출사했다. 대도독이 되어 천하의 제갈공명과 맞장을 뛰게 된 것이다. 그러자 사마 왕낭이 앞으로 나와 조예에게 간하기를
“어명이 신중하지 못했나이다. 하후 부마는 전쟁에 나가 싸워 본 경험이 없는 사람입니다. 폐하의 대임을 맡길만한 경륜이 없는 사람입니다. 상대는 천하가 다 아는 제갈양으로 지혜가 많고 꾀가 많은데다가 육도삼략과 병서에 정통한 귀재입니다. 가볍게 적을 보아 하후 부마와 같은 이를 도독으로 삼아 싸우기는 버거운 상대입니다. 통촉하소서.”

조예가 철부지를 낙점하자 왕낭이 하후무를 도독으로 삼는 것이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왕낭의 말에 수단 높은 공격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하후무가 곁에 있다가 불끈 화를 내며 왕낭을 향하여 꾸짖어 말하기를
“왕사도는 제갈양과 내응할 뜻이 있어 나를 모략한 것이오. 나는 어려서부터 선친으로부터 육도삼략을 배워서 병법에 정통하오. 어찌 나를 중상모략하오? 내 나이 비록 젊다하나 제갈양을 사로잡아 오겠소. 만약 잡지 못한다면 돌아와 천자의 용안을 뵙지 않을 것이오.”
왕낭은 다시 말을 더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위험한 말로 몰아 붙였기 때문이다. 하후무는 조예에게 절하고 관서제로의 2십만 대군을 거느리고 밤을 도와 장안을 향하여 나아갔다. 공명과 한바탕 혈전을 치르러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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