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

비무장지대 북한군 부대의 1분대장(이성재)은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까지 꿰는 열혈 축구팬이다. 수색을 나간 어느 날 우연히 남측 병사들과 맞닥뜨리고 나서 무전기에 남측의 월드컵 중계방송 주파수가 잡히자 1분대 전원은 경기 일마다 목숨을 걸고 방송을 듣는다. 남측 병사들과 몰래 만나 축구 중계도 함께 보고 축구 경기도 하지만 남쪽과 교신한 흔적이 드러나면서 1분대원들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4강 신화를 이뤘던 2002년의 추억을 되살리는 영화다. "축구공에는 국경도 사상도 없다"는 1분대장의 말에 이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들어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경기를 함께 보면서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남북한 병사들은 얼싸안고 기뻐하고 "대~한민국!" 대신에 "우~리민족!"을 외치면서 하나가 된다. 우연히 만난 남북한 병사들이 교감하게된다는 설정은 송강호, 이병헌이 나왔던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를 연상시키지만 더 황당하고 비현실적이다. 축구광인 분대장 때문에 전 분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축구 중계를 몰래 청취하고 남한 병사들과 축구를 한 뒤 'Be the Reds'가 적힌 붉은 티셔츠를 받아 입고 온다는 등의 묘사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또 코믹하게 그리려 했지만 웃겨야 할 부분에서 큰 웃음이 터지지 않는다. 다만 남북 문제를 다룬 기존 영화와 달리 북한군 병사들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만하다. 이성재, 강성진, 정경호, 유태웅, 추상록 등이 출연했다. '돈을 갖고 튀어라' 등의 각본을 썼던 계윤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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