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너지·최종에너지 수요 따져보니

각각 연평균 1.3%·0.9% 늘어날 전망

원자력 등 신규 발전소 건설 불가피

값싼 전기요금 탓 전력 과소비 심각
가격·세율 조정 등 수요정책 강화
전력수요 타 연료로 분산시킬 계획

상시적인 전력수급 위기 속에서 전력공급원이 대폭 확대된다.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 증가 추세 속에서 전력수요를 맞춰나가려면 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물론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해선 상당한 이견도 존재한다. 전력수급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원전 등 발전소 건설 확대
정부는 얼마 전 국가 에너지정책의 최상위 로드맵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2035년까지 총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1.3%, 최종에너지 수요는 0.9%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예상 분석치를 감안, 수요관리정책 강화와 가격·세율조정,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R&D 확산 등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에너지 수급을 맞춰나갈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전체 최종에너지 공급량 중 에너지원별 비중은 전력의 경우 2011년 19%에서 2035년 27.2%로, 석탄·석유는 65.8%에서 52%로, 도시가스는 11.5%에서 15.4%로, 열에너지는 0.8%에서 1.5%로, 신재생에너지는 2.8%에서 4%로 조정된다. 석탄·석유 공급을 줄이면서 전력 등 다른 에너지 공급원을 확충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에너지기본계획엔 전력을 생산하는데 쓰이는 에너지원 중 원자력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포함됐다. 당초 1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시(2008년)엔 전력원 중 원전 비중을 2030년 41%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이번 수정안에선 이 비중을 2035년 29% 수준에서 맞추기로 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악화된데 따른 선택이다. 원전 비중을 29%로 맞추려면 총 43GW(기가와트) 용량의 원전설비가 더 필요한데 현재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까지 36GW 용량의 원전설비 확충 계획(건설 중 5기, 계획 6기)이 잡혀 있는 만큼 향후 7GW의 신규 원전 공급이 더 필요하다. 현재 원전 1기당 용량이 100만㎾급인 것을 감안하면 2035년까지 원전 7기가 추가로 건설되는 셈이다. 구체적인 원전 건설 계획과 석탄·석유·LNG 등 여타 발전소 건설 계획은 2년마다 수정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제시된다.

◆전력수급 정책의 변화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은 전력수급 구조와 정책 개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가장 우선적으로 전기에 과도하게 집중된 에너지 소비의 왜곡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발전용 유연탄을 개별소비세 대상에 추가(㎏당 24원, 초기엔 탄력세율 적용 ㎏당 18원 과세)하고 전기 대체연료인 LNG·등유·프로판가스에 대해선 과세를 각각 ㎏당 60→42원, 104→72원, 20→14원으로 완화해 전력수요를 타 연료로 분산시킬 계획이다.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4년 68.2%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 48.9% 수준까지 하락한 반면 전력의 비중은 1990년 10.8%에서 2012년 19.3%까지 급증한 상황이다. 석유제품의 경우 가격자유화 조치 이후 고유가 상황과 맞물려 가격이 크게 상승한 반면 전기요금은 지속적으로 억제돼 전력과소비를 낳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로 인해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공장설비나 난방기가 전력을 사용하는 설비로 뒤바뀌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상시적인 전력수급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전력요금 인상을 통한 소비 억제도 추진된다. 정부는 물가안정과 산업계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러 왔지만 앞으론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는데 방점을 찍고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력생산 원가 변동요인을 전기요금에 적기 반영하고 전력생산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도 현실화 할 예정이다. 원전 안전시설 투자비용과 송전비용(주변지역 보상 현실화 등), 온실가스 감축 등에 필요한 비용 등 모든 사회·환경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이다. 2012년 현재 전기의 원가회수율(원가 대비 요금)은 88.4%에 머물러 있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요금 구조로 전력과소비는 가중되고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과 괴리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6단계, 1-6단계 차이는 11.7배)는 개선된다. 가구당 평균 전력사용량(월 300㎾)을 초과하는 가구 비율이 2002년 12.2%에서 2012년 33.5%까지 치솟았고 가구 구성 형태도 변화(1∼2인 가구 증가)된 만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누진제를 전반적으로 손보기로 했다.

정부는 밀양사태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발전소를 송전선로 여유 부지에 우선 건설하는 한편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 해 해당 지역민의 수용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또 입지·환경문제에 봉착한 대규모 집중식 발전설비 공급방식에서 탈피해 2035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5% 이상을 집단에너지·소규모 자가발전기 등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