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이런 씨크릿 가든(비밀 정원)이 있었다니!’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으로 각인됐던 충남 연기군은 MB 정권이 들어선 후 세종시(행정도시) 수정안 추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하지만 각종 복잡다단한 문제로 지쳐 있는 연기에는 세종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동면 송성리라는 낯선 마을을 찾은 취재진의 시야에 뭔가 특별한 광경이 그림처럼 펼쳐졌다.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마치 비밀스런 정원을 연상시키는 ‘베어트리파크’가 바로 그것.동물이 있는 수목원을 표방하는 베어트리파크(Beartree Park)란 이름은 글자 그대로 곰(Bear)과 나무(Tree)가 있는 공원을 뜻한다. LG그룹 고문을 지낸 이재연(80) 회장이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성한 이곳은 원래 ‘청파랜드’(이 회장의 호인 청파에서 유래)로 불리다 지난해 5월 베어트리파크로 다시 태어나 연기의 명물로 자리잡으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관람객을 맞고 있다.이 회장은 47년 전인 1963년 경기도 의왕시에서 숲을 가꾸다 해당 부지가 개발구역에 편입되자 1991년 지인의 소개로 연기군 전동면과 인연을 맺고 수목을 옮겨 식재, 이것이 오늘의 베어트리파크의 토대가 됐다.이 회장은 “내 일생을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이 씨 뿌리고 가꾼 일이 아닌가 한다. 젊은 시절부터 주말이면 수목원을 찾아 일구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의 풍요로운 터전이 됐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는 아름다운 공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베어트리파크는 대표 상징동물인 반달곰과 희귀하고 정성스레 가꿔진 수목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머리는 말, 뿔은 사슴, 몸통은 당나귀, 발굽은 소를 담은 희귀동물 ‘사불상(四不像)’도 20여 마리가 사육돼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중국이 원산지인데 현재 구제역 확산 여파로 일반 공개가 잠정 금지돼 참으로 안타깝다.)꽃사슴, 공작, 원앙, 앵무새, 토끼 등도 베어트리파크의 다정한 가족이다.33만㎡ 대지에 1000여 종, 40만 점에 이르는 꽃과 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의 아름드리 향나무와 수백년된 느티나무,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소나무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삶의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500여 마리 비단잉어떼가 환영 인사를 건네는 ‘오색 연못’, 소나무 폭포와 좌우대칭을 이루는 꽃밭으로 둘러싸인 ‘베어트리 정원’, 아기 반달곰과 화려한 공작, 잉꼬, 원앙 등이 살고 있는 ‘애완동물원’ 등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나무화석, 과목, 분재, 이끼류 등이 절경을 이루고 한국산수조경과 열대조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만경비원’, 100년 이상 된 향나무와 편백나무 사이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는 ‘향나무 동산’과 ‘새총곰 가족 이야기’라는 동화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곰조각공원’도 이색적인 볼거리다.이밖에 열대식물원, 아이리스원, 분재원, 전망대. 꽃사슴·반달곰·야생화 동산 등에서 동·식물이 함께하는 자연의 백미를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