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맨발로 흙을 밟으니깐 신기하고 재밌어요.” 21일 부모님과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김미연(7·서구 둔산동) 양은 “등산은 신발을 신고하는 줄만 알았는데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으니 미끌 미끌한 게 재밌다”고 해맑게 웃었다.

김 양의 어머니 황지수(36) 씨도 “계족산에는 처음 와봤다는데 맨발로 황토를 밟을 수 있어 아이가 재밌어한다”며 “아이와 함께 걷기에 코스도 수월하고, 공연도 있으니 정말 분위기가 좋다.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흙장난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맨발로 걸으며 발가락 사이로 황토가 파고드는 느낌은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신기함으로 곳곳에서 해맑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더해진 ‘음악이 있는 황톳길 산책’은 등산의 재미를 한껏 더했다. 제1구간에서 펼쳐진 한밭국악예술단과 구봉풍물예술단의 부채춤과 우리민요, 사물놀이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미국에서 온 미셸(33·서구 만년동) 씨는 “맨발로 올라가는 황톳길도 처음이었는데 이런 산 속에서 펼쳐지는 음악회가 내게 정말 이색적인 체험이 됐다”며 “한국의 전통문화인 부채춤과 민요, 사물놀이가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제2구간 메인무대에서 펼쳐진 ‘이웃사랑 참사랑 연주단’의 웅장한 음악소리도 등산객들을 사로잡았다. 연주단의 연주를 지켜보던 박상훈(81) 씨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풍경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며 “숲 속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나오니 웃음이 절로난다”고 전했다. 대전문화예술발전포럼의 통기타와 노래는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나던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감상하던 김장훈(44·동구 대동) 씨는 “20대 때 듣던 음악을 등산하며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간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시민들은 저마다 이름을 가진 야생화들을 보며 눈의 즐거움을, 발로 느껴지는 황톳길과 귀로 듣는 음악을 들으며 진정한 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방원기 기자 b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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