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사림파(士林派)를 대표하는 인물 충민공 김저(1512~1547년)

충민공 김저(1512~1547년, 시호는 충민)는 십청헌 김세필의 셋째 아들이다.
1539년 별시(別試, 나라에 경사있을때 보던 과거) 문과(文科, 대과)에 급제하고, 홍문관의 교리(校理, 문한의 일을 맡아보던 5품의 대학자)와 사헌부의 지평(持平, 삼사의 요직으로 조선 유교사회를 지탱한 재덕이 겸비된 학자들이 맡았던 정5품 검사) 등을 지낸 ‘을사명현’으로 일컬어졌다.

김저는 아버지인 기묘명현(己卯名賢) 십청헌(十淸軒) 김세필(金世弼)과 함께 16세기 우후죽순처럼 자라나던 신흥 정치세력이었던 사림파(士林派)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지난 2009년 이성무(전 국사편찬위원장)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조선시대 문중(門中)과 인물 중심으로 사상사를 개관한 ‘조선시대 사상사 연구 1·2’(지식산업사)를 펴내며 서문에서 지적한 말은 근래 들어 한국사 연구에서 간과돼 왔던 문중 자료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준다.

실제 이 교수는 지난 2004년 5월 창립한 ‘뿌리회’를 통해 학자와 문중을 연결하고 전통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는 모임을 운영해 왔다. 젊고 유능한 전문학자들이 운영을 맡은 뿌리회는 각 지역 문중의 초청을 받아 세 달에 한 번씩 학술답사를 하면서 많은 새로운 자료를 발굴, 출간하기도 했다.

충민공 김저(金, 1512~1547년)의 묘표(墓表).

이 교수가 이번에 펴낸 책은 바로 이 같은 활동의 첫 번째 성과물이기도 하다. 특히 1권에 실린 첫 논문 ‘조선시대 사림의 뿌리를 찾아서-경주 김씨 상촌공파 약사’는 저자의 문중 중심의 접근방법이 가장 잘 나타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 말 주자학의 세례를 받은 신진사대부로 불교사상을 타파하고자 했지만 역성혁명에는 반대했던 상촌 김자수로부터 약 200년 뒤 외척과 훈구파에 맞서다 을사사화의 희생양이 된 충민공 김저까지 ‘경주김씨 인물’들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본 논문을 통해, 저자는 지금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는 성리학과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사림파 선비들의 사상이 당시는 지배층에 맞서 싸우던 개혁사상이었음을 역설한다.<1395년 최초족보. 영분공 후 수은공파보>

수은공(樹隱公) 김충한(金沖漢, 호는 수은, 자는 통경)은 봉익대부를 지냈다.
배위는 서흥부부인 김씨(서흥김씨)이며 아버지는 성균관 사성(종3품)을 지낸 김봉환이다.
김충한을 파조(派祖)로 하는 수은공파는 파조의 고조부되는 김인경(金仁鏡, 호는 명암, 시호는 정숙)을 같이 모시고 있다. 그 유래는 정숙공(貞肅公) 김인경의 유시문(遺詩文)이 종중에 전해져 왔고 사우(祠宇)에 먼저 봉안했으며, 국령으로 사우가 은철(殷撤)되자 제단을 봉축해 세일제(歲一祭)를 드려왔었다.

경주김씨 영분공의 후계는 정숙공의 아들 헌공(軒公)까지는 방계의 분파기록이 전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정숙공의 세계(世系)상 유일한 직계인 것이다. 따라서 정숙공을 모신 종중은 바로 영분공을 대표한 종중이라 할 수 있다.

영분공(경순왕의 3자)의 12세손인 김인경(金仁鏡)은 문(文)과 무(武), 리(吏)의 각 분야에 자질을 고루 갖춘 인물로 고려 고종 때 중서시랑평장사(中書侍郞平章事, 정2품 부총리)에 이르렀고, 시(詩)에 능했으며, 예서(隸書)에도 뛰어났다고 역사에 전한다.

수은공 김충한은 정숙공의 현손(玄孫, 고손자)으로 시호는 문민(文敏)이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재질이 있었으며, 체격이 장대하고 성격이 위엄하고 기상이 의연했다. 학문에 뜻을 두고 책을 읽을 때 한번 읽으면 바로 그 뜻을 체득했고, 저술에도 능했다.

정포은, 이목은, 길야은, 민농은, 이도은과 더불어 도의로 교류해, 세칭 6은(六隱)이라 전해지고, 고려의 국운이 다하자, 임선미(林先味) 등 70여인과 송경 만수산에 입산하자 후인이 ‘두문동 72현’이라 했다.
이태조(李太祖)가 누차 불렀으나, 지리산 서쪽으로 피적(被謫)하고 나무로 집을 삼고사니 남원구 송동면 두곡의 이름이 이에 근원했고, 태종원년에 이조판서(정2품장관)와 문민공 칭호를 내렸으나 유훈을 받들어 자손들이 받지 않았다.

수은공은 1395년 ‘경주김씨세계서(慶州金氏世系序)’를 기술해 경주김씨의 기원과 신라왕조의 약사, 특히 영분공부터 수은공대에 이르는 계대를 소상히 밝혀, 계대의 혼미함을 막고 아울러 명현조의 행적도 현양하도록 기술했다. 이 세계서(世系序)는 우리나라 보학발전의 귀중한 사료이다.

기타 수은공의 상세한 행적은 수은실기(樹隱實記), 이현실기(二賢實記), 고려충의열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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