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야심작 '김수로'(극본 김미숙, 연출 최종수ㆍ장수봉)를 29일 밤 9시45분 첫 방송한다. 주말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김수로'는 가락국(금관가야)의 왕이자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 드라마로, '대장금' '주몽' '이산' 등을 히트시켰던 MBC의 사극 강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역사 속의 다양한 나라들이 TV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를 만났지만 가야가 드라마의 배경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김수로'가 처음이다. 이는 가야의 경우 1970년대 들어서야 유물이 대량 발견돼 드라마의 소스가 되는 역사적 사실이 비슷한 시기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더디게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드라마로서는 미개척 영역인 가야 역사에서 제작진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김수로왕이 변한 12소국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통합의 비법'이다. 제작진은 "계층 간, 지역 간, 세대 간의 통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현실에서 역사 속에서 김수로식 통합 비법을 배우고자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가야의 해상 무역이나 철기 기술 등 융성했던 문화도 박진감 있는 스토리 속에 담기며 가락국의 왕비가 되는 인도인 허황옥과 김수로왕 사이의 로맨스도 밀도 있게 전개된다. 이야기는 북방 어디에서 쫓기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여인의 이름은 정견비(배종옥). 만삭인 그녀는 자신의 집안에 원한을 가진 무사에게 쫓기면서도 '앞으로 낳을 아이가 왕이 될 운명'이라는 주술사의 말을 믿고 있다. 무사히 아이를 낳지만 정견비는 도주 중 탄 배가 난파돼 가야 지역으로 떠내려오고 결국 아이를 잃어 버린다. 아이는 철기를 만드는 '대철야장'에서 키워지고 늠름하게 성장하는데 그가 바로 김수로(지성)다. 줄거리의 큰 축은 성장한 김수로가 경쟁자인 신귀간(유오성), 이진아시(고주원), 석탈해(이필모)와 벌이는 갈등과 허황옥이나 사로국의 공주 아효(강별) 등 여성과 나누는 로맨스다. '김수로'가 '여성사극'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44.9%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던 '선덕여왕'이나 스타일리시한 화면으로 30%대 후반의 시청률을 보였던 '추노'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기존 사극과의 차별화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19일 경남 김해시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최종수 PD는 "한 인물이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며 국가 지도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당시 활발하게 진행됐던 해상 교역의 생생함과 영웅의 성장통 등을 심도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이 고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수로'는 특히 김재철 MBC 사장이 추진하는 지방 MBC의 광역화와도 관련이 깊어 결과가 주목된다. 제작비 190억 원이 투입되는 '김수로'는 지역 MBC인 부산과 울산, 마산, 진주 4개사와 MBC 본사가 공동투자 형식으로 제작하는 첫 드라마이며, 김 사장이 강조하는 지역 MBC의 콘텐츠 생산 기지화의 첫 결과물이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김수로'의 세트장을 찾아 "'김수로'의 성공 여부가 마산과 진주 MBC의 광역화 추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