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3㎞씩 북상 '아장아장 걷는 봄'
제주도서 출발 10일 뒤 대전 도착 …다음주 중반쯤 대전서 봄꽃 개화
옷깃을 여미게 하는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에 꽃망울이 돋아나고 이내 꽃내음이 묻어나기 시작하는 요즘이다. 계절적으로 겨울을 지나 봄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순 있지만 어느 샌가 곁에 찾아온 봄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은 아직 어렵다. 봄의 전령사인 봄꽃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다.
그렇다면 봄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찾아오는지 궁금증이 든다. 봄을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봄꽃인 개나리와 진달래가 제주도에서 핀 이후 대전에서 피기까지 시기를 계산해보면 어림잡아 짐작할 수 있다.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와 대전의 개나리·진달래 개화 시점 차이는 대략 10일 정도다. 이번 주 초에 서귀포를 시작으로 봄꽃이 개화하고 다음 주 중반쯤 대전에서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와 대전 간 직선거리가 약 330㎞인 것을 감안하면 봄은 남쪽에서부터 하루에 약 33㎞씩 북쪽으로 오고 있다. 이를 시간으로 따지면 1시간당 약 1.3㎞를 이동한다. 성인이 시간당 약 4㎞를 걷는다고 하니 이는 어린 아이가 1시간 동안 걷는 거리에 해당한다. 결국 봄은 어린 아이가 천천히 걷는 속도로 찾아오고 있는 셈이다.
봄은 기후학적으로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상 날부터 시작한다. 도시와 해안가 등이 내륙보다 기온이 높아 봄이 일찍 시작되는 만큼 봄꽃을 통해 추산한 속도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봄꽃 개화시기는 기온과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데 봄꽃 개화가 공식적으로 기록되는 건 각 지역 가상청 내 관측표준목에 의존한다.
대전기상청 내 개나리가 피어야 공식적으로 대전지역 개나리 개화 시점이 기록된다는 얘기다. 오는 25일 대전에 개나리가 개화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관측표준목에 꽃이 피지 않으면 길가에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어도 공식적으로 기록되진 않는다. 그만큼 관측표준목은 수령과 건강상태, 개화능력 등을 통해 대표성을 지닐 수 있도록 선정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봄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꽃인 벚꽃의 경우 기상청 내 표준목과 함께 각 지역을 대표하는 군락지에 표준목이 지정돼 있다. 대전의 경우 신탄진 KT&G 공장 정문 우측 담장 옆 37~39번째 3그루 벚나무가 표준목이다. 내달 5일 대전에 벚꽃이 개화할 것이란 예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3그루의 나무를 보면 알 수 있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