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들뜬 마음으로 피서지로 향하는 피서객들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전 한숨부터 내쉬는 일이 있다. 바로 꽉 막혀버린 고속도로 교통정체 때문이다.

교통정체를 겪게 되면 으레 앞에 사고가 발생했는지 의문이 들지만 옴짝달싹 못하던 고속도로가 언제 막혔었냐는 듯 다시 속도를 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교통정체는 보통 교통사고나 도로공사,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발생하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이 차가 막히는 경우가 있다. 신호도 없어 내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에서 이 같은 이유들도 없이 차가 막힌다니 의아할 수 있지만 이를 가리켜 ‘유령 정체(phantom jam)’라 말한다.

이유가 없을 것 같은 유령 정체가 일어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지속돼 온 결과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령 정체는 고속도로에서 과속단속 카메라나 앞차의 차선 변경 등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운전자들의 반응 지체로 인한 연쇄반응에 의해 일어난다.

차량이 꼬리를 물고 달리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선두 차량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잠깐이라도 속도를 늦추게 되면 뒤따르던 차량은 사고를 피하기 위해 줄줄이 속도를 줄이게 된다. 하지만 운전자가 앞차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앞차가 감속하면 뒤차 운전자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앞차보다 더 큰 폭으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수 ㎞에 걸쳐 누적되면 뒤쪽의 차량은 움직이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다. 유령 체증은 뒤로 갈수록 심해지지만 뒤쪽 운전자들은 왜 정체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유령 정체를 겪게 되면 정체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정체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묘수가 없다. 정체가 지속되면 옆 차로가 덜 막힌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끼어들기를 하다 보면 정체는 더욱 심해져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하지만 유령 정체가 발생하는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령 정체의 발생 원인을 되짚어보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급가속과 추월을 가급적 삼가고 1차선은 추월 차량을 위해 비워두는 방법이다. 차로 변경을 자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차로를 변경하더라도 도착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해 뒤차가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방법이 최선인 것이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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