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문화관광의 얼굴에 시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TX 호남선 개통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 문화관광해설사의 업무량이 한계점에 도달한 탓이다.
현재 충남지역 문화관광해설사는 공주 18명, 부여·논산 각 14명, 서산 13명 등 모두 136명. 이들은 모두 지자체로부터 활동비만 지원받는 자원봉사자다. 2001년 제도 도입 초기엔 문화유산해설사라는 명칭으로 관람객에게 문화유산을 설명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2005년 관광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문화관광해설사로 재탄생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문화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지역 문화관광의 진정한 얼굴로 거듭나면서 지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해설사의 자부심도 커졌고 자원봉사자로서 보람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관광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해설사들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도 크게 늘었다. 예전엔 주요 문화유적지에 배치돼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해설을 하는 게 주요 업무였는데 최근 들어선 시티투어 프로그램과 십수 가지의 KTX 관광열차 여행상품까지 해설사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추가되면서 활동량이 더 많아졌다.
지자체마다 축제도 많아져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5시) 외 활동까지 생겼다. 민간 여행사의 여행상품까지 해설사에게 전가되는 곳도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지역 숙박시설 투숙객 관광에도 해설사들이 동원되고 있다. 해설사 A씨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니까 민·관 협업의 입장에서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부담이 가중되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자원봉사(문화관광해설) 여건이 악화되면 해설 서비스의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해설사 증원에 대한 갈증이 비롯된다. 수요는 많아졌지만 해설사 수는 그대로 이거나 되레 줄었다. 충남 문화관광해설사는 지난해 말 142명이었지만 최근 6명이 감소했다. 관광객이 많은 공주의 경우 18명 그대로이고 부여는 최대 17명까지 활동했다가 최근 3명이 줄었다. 공주와 부여는 각각 3명과 4명을 증원할 예정이지만 교육 이수 후 정상적인 활동까진 적어도 1∼2년이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당분간 이들 지역의 업무 과부하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 과정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있어 증원계획이 100%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사기진작 차원에서 해설사에 대한 지원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해설사에겐 대략 하루 4만 원 정도의 활동비(식비와 교통비)가 지원되는데 제도 도입 이후 10여 년간 1만 원 정도 인상됐다. 하루 종일 서비스를 해야 하는 시티투어의 경우 활동비(약 7만 원)가 조금 더 지급되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배려가 없는 곳도 있다. 해설사 B씨는 “자원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활동비 문제를 거론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활동비가 해설사의 의욕을 뒷받침하거나 고취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 문화관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걸맞은 수준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전반적인 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