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정원(42, 대전 유성구 신성동) 씨는 지난 주말 저녁 ‘레코드 가게 찾아 삼만리’를 한 기분이다. 대학시절부터 좋아한 가수 이상은이 14집 앨범을 냈다는 소식을 TV를 통해 듣고, CD를 사기 위해 레코드점이 있던 유성구 궁동과 장대동 일대를 돌아다녔지만 동네 가게들은 모두 자취를 감춰 찾을 수 없었다. 인근 대형할인매장이나 동네 편의점에도 CD를 갖다 놓긴하지만 10대 취향의 아이돌 그룹 일색이어서 음반을 구할 수 없었다.착잡한 마음에 모처럼 집에서 비디오로 영화나 한 편 보려고 동네 ‘짱구네 비디오 가게’에 들른 최 씨는 닫힌 유리문에 ‘가게를 임대한다’는 공지를 보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최 씨는 “직장에선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후배에게 밀리고, 퇴근 후 즐길 수 있는 문화는 옛날 같지 않다”며 “'비디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휴대용 CD플레이어로 유행가를 흥얼거렸던 나 같은 세대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레코드점이나 비디오대여점 등이 차츰 자취를 감추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문화 향유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기 시작한 인터넷 영화 감상이나 인터넷 음악 파일 다운받기 등이 보편화되면서 중장년층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인터넷에 밀려 비디오 가게나 비디오 테이프가 사라지고 있듯 CD플레이어나 CD음반도 비슷한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CD플레이어 생산을 중단한지는 오래됐다. 테이프와 CD음반 생산량도 내리막길이다. 더욱이 인기가수들이 요즘엔 CD 음반 형식이 아니라 파일 형태로 앨범을 제작해 인터넷과 모바일 상에서 신곡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아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면 신곡 듣기도 쉽지 않다.한국음원제작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선 이미 디지털 음반이 대중화 돼 있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며 “아무래도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음악을 듣는 게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