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부지역의 만성적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조치로 금강 물을 보령댐으로 유입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청정 보령호의 수질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충남 서부 8개 시군지역의 식수원인 보령호는 수량은 부족하지만 수질만큼은 1급수인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령호로 유입이 추진되는 금강 물은 2급수 상태로 이 물이 보령호로 유입되면 보령호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충남도에 따르면 타들어 가는 보령호에 대한 긴급 조치로 정부가 총사업비 622억 원을 들여 송수관로를 매설하고 2곳에 가압장을 설치하는 공사를 다음 달 착수해 내년 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금강 부여 백제보 인근에서 물을 끌어올려 21㎞ 떨어진 웅천천으로 유입시켜 보령호로 흘러들어 가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금강물을 보령호로 유입시키는 안은 충남도가 지난 2012년 대가뭄 이후 줄곧 정부에 건의한 내용으로 계속 검토 대상으로만 남겨두고 있다가 올 들어 사태가 심각해지자 긴급 조치로 추진하게 됐다.

문제는 유입되는 금강물의 수질이 2급수라는 점이다.

최상의 수질을 유지해 온 보령호에 2급수인 금강 물이 유입되면 보령호의 수질이 현재보다 악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보령호가 말라붙어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시점에 2급수가 동시에 다량 유입되면 수질이 급락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축조된 이후 20년 넘게 1급수 상태를 유지해온 보령호의 수질이 2급수로 전락할 초유의 사태가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충남도는 내년 봄 또다시 최악의 가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 금강물의 보령호 유입을 서둘러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금강 물을 보령호로 유입시키는 관로 매설 공사를 초지급(超至急)으로 진행할 경우 4개월여의 공기에 마칠 수 있어 내년 봄 가뭄에 대비할 수 있지만 문제는 수질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라며 “도는 물 부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처를 하고 이후에 수질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내포=김도운 기자 8205@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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