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대전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다문화 페스티벌 축하공연에서 갑작스러운 소동이 벌어졌다. 한 출연자의 3살 된 아들이 사라져 행사가 중단된 것이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윤창국 보리수예술단 단장은 “모든 준비가 허사로 돌아가고 축제분위기가 망가질 뻔한 상황이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은 행사장 주변 대전 서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박경호(22) 수경과 정진오(22) 상경의 귀에도 들어갔다. 대원들은 이날 인근에서 열린 행사관리를 하다 교대를 하고 막 휴식을 취하려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아이가 사라졌다. 도와줄 수 있느냐?”는 시민 요청에 신속히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관리에 고단할 법도 했지만 대원들은 아이들을 찾아 백방으로 뛰었다. 박 수경은 아이 부모에게 아이를 찾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현장을 오갔고 정 상경은 주변의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아이의 행방을 찾았다. 한참을 수색 끝에 이들은 ‘인근 성당에서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고 곧장 성당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성당의 관계자는 “신자가 혼자 있는 아이를 성당에 데려왔는데 아이가 울어 엄마를 찾아 처음 발견됐던 지점으로 가고 있다”고 했고 이들은 다시 아이를 찾아 나서야 했다. 다행히 대원들은 잠시 후 아이를 데리고 성당으로 돌아오는 신자와 만날 수 있었다. 아이 손을 잡은 신자는 “아이를 경찰에 인계하려다 만나지 못해 다시 성당으로 오는 중이었다”고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박수경과 정 상경은 신자로부터 직접 아이를 인계해 행사장으로 향했다.

아이가 사라진 후 행사 일정을 중단한 채 가슴 졸이던 참가자와 관객들은 대원들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모습에 환호했다. 윤 단장은 “자칫 미아가 돼 버릴 우려가 매우 컸던 상황이었는데 두 분 경찰의 지혜와 헌신적인 활동으로 아이를 되찾고 공연도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며 전국적인 행사에 참여한 모든 다문화가족과 각 지역대표자들 모두가 감동의 박수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행사를 성황리에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 수경과 정 상경은 “경찰이 사라진 아이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겸손해했다.
이날 사연은 윤 단장이 대전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직접 올리며 알려졌다. 대전 중부서는 이들 대원에 대해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