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 낭비방지' 출동기준 개편

#. 지난 4월 29일 밤 11시 45분경 대전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전 대덕 지역에서 택시금요금이 과다청구 됐다는 전화였다. 이 업무는 지자체 교통과 소관의 일이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 지난 4월 24일 오후 7시 55분경 대전청 112상황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대전 서구 복수동 근처에서 유기견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업무는 지자체 일자리경제과 소관이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유기견을 유기견 센터로 인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 과정에서 긴급신고에 집중해야 할 112의 경찰력과 시간 낭비는 피할 길이 없었다.

경찰이 민원성 전화로 인한 경찰력과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112 신고출동 기준을 재정립해 긴급신고에만 총력을 집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는 ‘112는 긴급신고만’이라는 출동원칙을 세워 효율적으로 경찰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1월부터 관련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대전청에 따르면 올해 112 신고접수(지난달 30일 기준) 48만 847건 중 출동 건수는 24만 8225건이었고, 비출동은 23만 2622건이었다. 출동 중 긴급코드는 2만 4698건, 비긴급코드는 22만 3527건이었다. 출동신고 중 긴급신고에 해당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고 전체신고의 대부분이 비긴급·비출동 신고여서 정작 급박한 위험에 처한 국민이 제때 구조를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돼 출동기준과 신고행태의 개선 필요성이 요구됐다. 개선된 112 신고출동 기준은 비출동 대상인 층간소음, 금연구역 흡연, 쓰레기 불법투기 등에 대해서는 출동하지 않고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있는 긴급범죄와 현장조치가 필요한 경찰 고유의 사무에 대해서는 즉시 출동해 112를 본래의 취지인 긴급신고 창구로 되살리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전경찰은 본 제도 시행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대전시민을 상대로 기타민원 및 상담신고에 대해 112신고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며, 지난 11월 12일 둔산경찰서 외벽에 “긴급신고 112, 기타신고·상담 182”을 홍보하는 대형현수막을 설치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홍보매체를 활용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구하는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대전경찰은 지난달 112로 걸려온 유기견 신고(지난 16일), 택시요금 시비(지난 17일), 층간소음(지난 30일) 신고에 대해 출동대신 112는 긴급신고 창구임을 고지한 후 해당 기관으로 안내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무분별한 112신고로 인해 긴급신고에 총력을 다하지 못해 정작 절박한 위험에 처한 국민이 제때 구조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라며 “불필요한 사건을 줄이기 위해 긴급신고는 112, 기타 경찰민원은 182로 신고할 수 있도록 홍보해 112는 긴급신고에만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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