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앙로 부근에 위치한 4.19혁명성지에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다

대전의 4·19성지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역사적 상징에까지 쓰레기 불법투기가 횡행하는 세태는 씁쓸함을 전해준다. 대전 중앙로 부근에 위치한 4.19혁명성지는 지난 1960년 학생 수천 명이 독재정권의 부정선거 항의에 나선 4·19혁명의 진원지로 4·19혁명기념사업회에서 지난 2010년 11월 25일 추모기념비(이하 추모비)를 설치해 의거를 기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오후 찾은 대전 중앙로 4.19혁명성지 추모비 주변에는 투기된 쓰레기들이 너저분하게 자리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부터 검은 봉지, 스티로폼 상자 속에 담긴 갖가지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들은 추모기념비 옆에 놓인 오물에 불쾌감을 토로했다. 행인 신 모(35) 씨는 “민주화의 성지이고 성스러운 곳인데 이렇게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 보기 좋지 않다”며 “최소한 (추모비) 부근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도록 단속을 해야 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추모기념비 주변 상인은 이곳 성지의 쓰레기 투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불편해했다. 구두수선 일을 하는 이상영(60) 씨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공간인데 이런 곳에 쓰레기가 버려지는 모습이 좋지 않다”며 “인적이 드문 시간에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관할구청은 추모기념비 부근에 인원을 배정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의식이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일침했다.

동구청 환경계 청소행정담당 관계자는 “현재 추모기념비 부근에 인원을 배정해 쓰레기 불법투기가 발생하면 바로바로 치우고 있다. CCTV 등은 예산 등의 문제로 달지 못하는 상태”라며 “기본적으로 쓰레기는 자기 집 앞에 배출하게 돼 있고 추모비 주변에는 배출하면 안 된다. 불법 투기문제가 생기는 것은 의식의 결여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대전의 4.19혁명성지는 지난 1960년 3월 8일 대전 시내에서 대전고를 중심으로 1000여 명의 학생들이 시내에 모여 결의문을 발표하고 시위에 돌입, 이틀 뒤 대전상고를 중심으로 600여 명의 학생들이 가두시위를 벌인 역사의 현장이다. 이후 대전 지역에서 일어난 학생운동이 전국으로 보도되면서 3·15 마산항쟁과 4·19 혁명을 촉발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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