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뜸해져 상인들 울상…쪽방 사람들 난방비 시름

평년 기온을 웃도는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던 충청권에 연일 기습한파가 몰아치면서 일상 풍경도 움츠러든 모양새다. 추위로 인한 난방비 걱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동계작물 재배 농가에서는 동계작물의 성장을 위한 추위가 반갑다는 반응도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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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대전역 인근 시장 상인들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부 상인은 종이컵에 따뜻한 차 한잔을 받아 마시고, 나무 장작에 땐 불에 손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언 손을 녹였다. 시장을 지나가는 행인 몇몇도 추위에 걸음을 멈추고 불을 쬈다. 상인 A(78) 씨는 “날이 추워서 장사도 잘 안되고 있다. 어제 제일 추운 것 같았는데 오늘도 춥다”고 말했다. 상인 B(70·여) 씨는 “날이 춥다. 추위가 오면 여러모로 어렵다. 이러다 가는 거지”라며 푸념했다.

추위는 어려운 이웃의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든다. 이날 오전 대전역 지하상가에서는 행색이 초라한 노숙인이 의자에 앉은 채 양 손으로 온몸을 끌어안고 잠들었다. 한파에 어려운 이웃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용철 전국노숙인시설협회 회장은 “기습한파 때 당장 거리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위험을 겪는다. 거리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기에 더욱 힘들다. 쪽방 거주민도 난방비가 많이 들고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일교차로 인한 뇌졸중 위험성이 높다”며 “쪽방 거주민이 한겨울을 그나마 따뜻이 보내기 위해선 연탄 400장이 필요하지만 그 절반 정도밖에 전해주지 못하는 실정이고 기름보일러를 때는 쪽방촌 사람들은 그것마저 거의 없다.

추우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힘들다”고 안타까워했다. 겨울이 불편한 것은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영하 1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시민들은 난로를 장만하고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시민 C(32·여) 씨는 “그동안 일터에 난로가 없었는데 너무 추워 난로를 구입해 틀고 있다. 외출할 때 안에 인어웨어를 겹겹이 껴입기도 한다”며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밖에 거의 안 나가려고 하고 나갈 일이 생기면 한꺼번에 일을 모아서 한다”며 나름의 추위 대비법에 대해 말했다.

비닐하우스로 과일을 키우는 농가 역시 강추위로 인한 난방비 상승과 과일 품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이런 강추위가 반가운 이들도 있다. 바로 동계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다. 충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관계자는 “일부 작물을 제외하면 겨울 추위는 장점이 적잖다. 동계작물에게는 생육에 어느 정도 추위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데 지금 추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추위로 병해충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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