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운전자 감금·성폭행범 징역 4년
여성승객 강제추행 택시기사는 집유
최근 대전지역에서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우려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범죄 혐의에 대한 판결은 실형과 집행유예, 무죄 등으로 엇갈렸다. 판단 근거는 명확했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강문경)는 강간과 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 모(30) 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와 7년간 정보공개, 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이 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새벽 4시 20분 대전 서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2O대 여성이 승용차 운전석 문을 열고 물건을 찾는 모습을 보고 여성의 엉덩이를 세게 밀어 여성을 차 안에 밀어 넣고 다른 장소로 차를 운전한 후 강간한 혐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야간에 전혀 안면이 없는 피해자를 차량에 태워 감금한 후 강간을 했는 바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임에도 피해자의 피해회복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시인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5월 승객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이 모(40) 씨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지난해 9월 여장을 하고 술 취한 여성을 강제 추행 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모(39)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형사 4단독 김동현 판사는 3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사회봉사 및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을 명했다. 택시기사인 이 씨는 지난해 5월 30일 새벽 0시 54분경 대전 서구의 한 삼거리 부근에 택시를 정차한 후 승객 A(23·여) 씨가 내리려고 할 때 A 씨의 신체부위를 움켜잡은 혐의로 기소됐다. 김 판사는 “택시기사의 성추행 사건으로 동종 직업군 전반에 대한 신뢰를 실추한 점, 범행 이후의 정황이 불량해 피해자에게 깊은 상처를 준 점 등을 감안하면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추행의 정도가 절대적으로 무겁지는 않은 점과 동종 전과가 없고 실형 전과도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김 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또 따른 이 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해 9월 2일 새벽 0시 40분경 대전 서구의 한 노상에서 가발과 하이힐 등을 착용해 여장을 한 뒤 술에 취해 길가에 앉아있는 20대 여성 B 씨를 발견하고 다가가 신체 일부에 손을 넣어 피해자를 일으켜 세우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평소 여장을 하는 습관이 있고 사건 당시에도 여장을 하고 외출해 자신의 모습을 유리창에 비춰보려고 했는데 가까이에 여성이 주저앉아 있어 불안감에 이동시켜 부축한 것일 뿐 추행의 고의는 없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여성이 이 씨를 여자로 인식하고 저항하려는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고인의 행위가 여성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이 여자인 것처럼 속여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위계에 의한 추행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피고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