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진압하는 9급 여성소방관에게 술자리를 강요하고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까지 한 6급 소방관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형이 유지됐다. 이 여성소방관은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법원은 자살의 원인과 피고인의 행위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는 30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소방공무원 김 모(49)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00만 원과 167만 원 추징을 명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벌금 400만 원과 173만 원 추징을 명했다.

대전의 한 소방서 6급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던 김 씨는 지난 2013월 2월 경 20대 여성인 9급 소방공무원인 B 씨를 불러 세운 후 “술자리를 만들어라. 술 언제 먹느냐. 빨리 자리를 주선해라”고 말하고 같은해 3월 중순 B 씨를 책상 옆자리에 앉힌 후 “모임을 언제 할 것이냐. 아직도 날짜를 못 잡았느냐. 날짜를 잡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시말서를 써 가지고 와라. 징계하겠다”고 말하는 등 같은해 5월 경까지 B 씨에게 반복적으로 술자리를 갖자고 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권자에 대해 영향을 행사해 불이익을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이며 협박하다 B 씨의 거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원심 재판부는 “당시 만 26세 여성으로서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한지 2년 6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았던 피해자로서는 이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 주변 사람들에게 이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피해자가 투신자살함으로써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고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자살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그 자살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유서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참작한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소방관련 업체들을 운영하던 대표들로부터 합계 173만 원 상당의 야유회 비용 또는 향응을 제공받거나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위험물 안전관리법 위반사실과 적발과 관련한 행정처분 절차 등을 진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는데 이는 소방공무원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 및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행위로 이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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