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주말드라마 '결혼계약'에 '불사신' 주인공은 없었지만, 따뜻한 여운은 남았다.

재벌 2세와 시한부 싱글맘 멜로를 그린 '결혼계약'이 24일 16회로 종영했다.

드라마는 뇌종양으로 투병하는 싱글맘 강혜수(유이 분)가 점점 시력과 미각을 잃어 가면서도, 남편 한지훈(이서진), 딸과 함께 열심히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드라마 마지막회 시청률은 22.4%(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12회가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22.9%)에 약간 못 미치는 성적이다.

◇ 전형적인 설정 뛰어넘은 정통 멜로…깔끔한 연출도 호평

'결혼계약'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재벌가문 혼외자인 남자 주인공, 상속을 둘러싼 재벌가 암투, 계약결혼(연애), 시한부 선고 등 한국 드라마의 고루한 코드도 두루 배치됐다.

현실에서 17살 차인 유이(28)와 이서진(45)의 멜로 호흡에도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그 때문에 '결혼계약'이 첫 방송부터 시청률 17.2%를 기록했음에도, 시청률 30%를 넘나들었던 전작 '내 딸, 금사월' 후광 효과라는 분석부터 나왔다.

 

 그러나 드라마는 진하고 따뜻한 멜로, 김진민 PD의 깔끔하고 섬세한 연출, 이에 발맞춘 영상미와 음악으로 시청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에서도 "저도 처음에는 편견에 갇혀 '결혼계약'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았다. 이제 그 많던 악플(악성댓글)이 다 바뀐 걸 보고 놀라웠다. 적군을 아군으로 만든 드라마"(네이버 닉네임 '비밀')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 유이 재발견…한층 성숙한 감정 연기로 호평

'결혼계약'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유이 재발견이다.

유이는 걸그룹 애프터스쿨로 데뷔해 2009년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나이에 맞게 밝고 씩씩한 캐릭터는 무난히 소화했지만,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분류되지 못해왔다.

지난해 방송된 SBS TV 드라마 '상류사회'(2015)에서는 주인공인 유이-성준 커플보다 임지연-박형식 커플이 더 주목받는 일도 있었다.

유이 자신도 '상류사회' 종영 후 인터뷰에서도 "시청자들에게 죄송한 부분이 많다"면서 "제 캐릭터를 더 잘 소화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반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유이는 한층 성숙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둘도 없는 딸과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생에 대한 간절함과 절박함을 보여준 유이 연기에 놀랐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뇌종양 투병 연기를 작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게 소화한 점도 호평받았다.

유이는 강혜수 병세가 나빠지는 것에 맞춰 머리를 단발로 잘랐을 뿐 아니라, 야위고 초췌해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결혼계약'과 같은 시간대 방송된 SBS TV '미세스캅'은 시청률 9.3%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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