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디커플링' 현상 뚜렷…수도권 집값 오르고 지방은 내려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시장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재 지방 내에서도 세종은 강세를 보이는 반면 대구·경북 등은 약세를 나타내 양극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단 수도권은 거래가 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세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20% 상승했으나 지방의 아파트값은 지난달까지 0.20% 떨어지며 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전체 가격도 비슷한 흐름이다. 지방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올해 0.03% 오른 반면 수도권은 5배가 넘는 0.16% 상승해 수도권의 강세가 이어졌다.

주택시장의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은 가장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6년 한 해 무려 24.24%나 올랐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종합부동산세 도입,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각종 투기방지책이 쏟아진 2007년 이후 오름폭이 6∼7%대로 급격히 둔화했다. 이후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경제위기의 후폭풍이 본격화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약세가 지속됐다.

2008년 한 해 6.77% 올랐던 수도권 아파트값은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09년 0.60%로 주저앉더니 2010년에는 2.91% 하락, 2012년과 2013년에도 각각 5.77%, 0.84% 떨어졌다.

반면, 2009년 2.55%의 상승률을 보였던 지방 아파트값은 수도권의 하락세가 본격화한 2010년 7.89%로 오름폭이 확대된 뒤 2011년에는 무려 18.34% 급등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떨어졌던 2012∼2013년에도 지방 아파트값은 1∼2%대의 상승률을 보이며 여진이 이어졌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약세, 지방이 강세를 보였던 2009∼2012년까지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0만 8000∼15만 7000여 가구, 지방은 7만∼12만 8000여 가구로 지방에 비해 수도권의 입주물량이 많았다.

이후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주택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2014년 완벽한 ‘커플링(coupling·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2014년 주택 거래량이 100만 건을 넘어서는 등 규제완화 분위기 속에 수도권 아파트값은 2.5%, 지방 아파트값은 2.91% 상승하며 균형을 이뤘다.

지난해에도 지방 아파트값은 3.64%, 수도권은 6.19% 오르며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는 지방 시장에 ‘3대 악재(여신심사 강화 조치, 기업 구조조정, 아파트 입주물량 과잉)’가 터지며 ‘디커플링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에서 시작한 여신심사 강화 조치가 5월부터 지방으로 확대 시행돼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지방의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도 16만 2000여 가구를 기록하는 등 3년 째 16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공급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4월까지 집계된 지방의 주택거래량은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 15.2% 감소했다.

수도권이 같은 기간 평균 8.3% 늘었고 특히 서울이 21.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내년 이후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지역별로 시장 양극화가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의 입주물량은 70만 가구를 넘어서며 1980년대 1기 신도시 수준의 물량이 공급될 전망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지방 내에서도 대구·경북 등은 약세, 강원·세종은 강세를 보이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상품별, 지역별로 주택시장이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길수 기자 bluesky@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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