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세종충남본부 부국장

6월 9일부터 12일까지 예산군 일원에서 열리는 제68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 홍보용 포스터가 곳곳에 게시됐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기 전에는 도민체육대회 홍보용 포스터인지 알아채기 어렵다. 포스터에 담긴 사진이 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한 연예인 사진 일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포스터에는 스포츠와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이 전혀 없고 개막식에 출연하는 가수 사진 일색이다. 누가 봐도 주객이 전도됐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주객이 전도되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축제나 체육행사를 비롯해 주민동원이 필요한 대부분의 행사는 본질에서 벗어나 연예인이 주인공이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은 ‘보다 많은 주민이 참여하는 행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한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이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라는 점이다. 연예인들의 행사 출연료는 수백만 원에서 출발한다. 인기도가 높은 연예인은 1000만 원에 육박하는 출연료를 지급하고도 모시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이 비용이 주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뭔가 한참 잘못됐다. 주민이 주인공 되는 행사를 벌이면서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꼭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하고 연예인을 모시는 일 말고는 주민 참여를 확대시킬 방안이 없는 것인가.
이러한 고액의 연예인 모시기는 행사장 가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자체마다 홍보대사라는 이름으로 유명 연예인을 모시고 거액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불특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도 비슷한 형국이다. 가수는 아니더라고 배우나 희극인 등에게 거액의 강사료를 지급하고 특강을 진행하는 일도 흔히 목격된다. 특강의 경우 연예인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이나 기타 방송에 출연하는 준연예인급 전문가 집단도 대상이 된다. 체육인 등이 포함되기도 한다. 방송을 통해 얼굴과 이름만 알려져 있으면 초빙 대상이 된다.
방송을 통해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야 특강을 하든, 공연을 하든 주민들이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는 이유로 아까운 세금은 그들의 배를 불리는 데 아낌없이 사용된다. 얼마나 대단한 홍보를 하는지 몰라도 홍보대사라는 이름의 연예인들에게 지급되는 모델료도 아깝기 그지없는 혈세이다. 언제까지 이러한 구태가 계속돼야 할지 의문이다. 유명인이라야 관심을 갖는 주민들도 문제지만 손쉬운 방법으로 주민 동원만 많이 하면 된다는 기관의 발상도 문제이다.
주민이 원하는 바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낭비되는 세금은 분명 규모를 줄여야 한다. 전국의 지자체가 담합이라도 해서 천정부지 오르는 연예인과 유명인사 모시기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곳간이 비었다고 투덜대는 지자체의 푸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복지의 확대를 통해 구제해야 할 불우한 이웃들이 너무도 많다. 단독 1백만 원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이웃들도 있다. 1000만 원이면 배곯는 이웃 수백 명에게 따듯한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비용이다.
공중파에서 퇴물 취급을 받다가 종편을 통해 부활해 얼굴 알리기에 몰두하는 한 연예인의 특강을 들어본 적이 있다. 별다른 메시지도 없이 그저 자신의 고생담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였다. 특별할 것이 없는 특강이었다. 100명 남짓한 사람을 모아놓고 1시간 강의를 한 뒤 그가 받아가는 강의료는 100만~200만 원 수준이라고 들었다. 특별함이 없는 특강에 지급한 주민의 혈세치고는 과한 금액이다. 모든 세금을 구휼에만 사용할 수 없음을 잘 안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실속도 챙기고 과도한 예산 지출도 막는 방안을 골똘히 생각해 주길 공무원들에게 당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