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대한민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아이언맨2'가 개봉했다. 전작에서 매력을 한껏 뽐냈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개성 넘치는 새로운 조연들, 더불어 더욱 화려해진 영화의 볼거리로 개봉 5일 만에 1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아이언맨2는 1편에 이어 마블사의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는 2012년 개봉예정작 ‘어벤져스’에 대한 소재를 직접적으로 공개함으로서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마블코믹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는 헐크,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으로 국내팬 에게도 친숙한 캐릭터가 많다. 특히 2008년 개봉해 흥행,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다크나이트’의 영향으로 원작만화를 찾는 발걸음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코믹스원작과 영화를 비교해 보거나 새로 추가된 요소를 블로그에 올려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번역가 이규원 씨는 3년 째 블로그(http://blog.naver.com/boomer27)를 운영하며 ‘플래닛 헐크’ ‘배트맨:스트라이크 어게인’ 등 다수의 코믹스를 번역했다. 그는 처음부터 전문번역가로서 활동한 건 아니었다. 단지 히어로책자와 관련무비의 팬으로서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하던 중 출판사로부터 번역 제의를 받았다. 단지 글만 해석하던 기존의 틀과 캐릭터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팬의 입장에서 한 번역은 그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코믹스와 연을 맺은 이후로 꾸준히 번역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많은 독자 팬들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있다. 최근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2000명 내외가 방문하며 지금까지 300만 명이 넘는 수가 다녀갔다. -블로그에 방문한 방문객의 반응이 궁금하다."최근에 슈퍼히어로 관련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면서 관심을 받게 되었던 것 같다. 아이언맨(2008)이나 원티드(2008)등 영화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만화 관련 커뮤니티에서 오는 분들도 있다. 또는 도서를 추천해 달라고 하며 대학생 중에는 슈퍼히어로 소재로 논문을 쓰거나 자료 관련해서 문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글판 그래픽 노블 근황에 대한 궁금점 이나 앞으로 나올 책들에 대한 건의사항들을 빼곡하게 적어서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다."-그간 우리나라에선 유독 미국만화는 접해보기 어려웠는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일본 만화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많은 청소년이 일본만화를 보며 자라왔으며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의외로 미국만화는 쉽게 구해볼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 가면 웬만한 미국만화는 다 구해볼 수 있다. 다만 변역본이 찾아보기 힘들 뿐이다. 들여다보면 국내에 나온 미국만화가 꽤 많이 있는 걸 알 수 있다. 괜찮은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면 일본만화보다는 조금 더 수고를 해야 한다."-번역한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맨 처음 작업 한 것은 ‘다크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이다. 프랭크 밀러의 ‘다크나이트 리턴즈’의 후속작인데 번역가가 아닌 블로거로서 번역을 원한다는 제의를 받고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다. 마블 쪽은 ‘플래닛 헐크’를 제일 먼저 맡았는데 기존 스토리라인과 겹치는 부분이 적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고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 뒤에 DC코믹스의 월드 그레이스트 슈퍼히어로즈 여섯권을 하게 됐다. 현재는 ‘플래닛 헐크’의 후속편인 ‘월드워 헐크’, 엑스맨 이야기인 ‘메시아 콤플렉스’ 등의 번역을 마쳤으며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번역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독자가 재미있고 쉽게 읽혔으면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만화는 등장인물들이 구령처럼 외치는 말들이 많다. 그런 말들을 원어 그대로 쓸 것인가 아니면 우리말로 옮길 건가 하는 부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는 이웃블로그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다크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 같은 경우엔 워낙에 등장인물도 많고 패러디 된 내용들도 많아서 주석을 많이 달아야 했다."-히어로만화는 어린이의 전유물이라는 의견에 대해서."어른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이 많다. 그 이유는 어렸을 적 추억을 상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는 고도의 인간 심리 묘사나 냉철한 사회풍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배트맨의 억만장자 사업가 부르스웨인이 자신의 또 다른 이면에 대한 고뇌의 모습이나 엑스맨에서 돌연변이와 정상인 간의 대결구도는 현실 속 장애인 차별이나 이념적 대립으로 총칼을 빼드는 문제와 가깝게 볼 수도 있다."-미국만화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일부 편중된 장르만 도입되고 있다고 생각지 않은지."아직은 팬 층이 얇은 편이라 출판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비교적 덜한 길이가 짧은 작품이 소개된 편이다.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물이 주로 소개된 편이긴 하지만, DC코믹스의 슈퍼맨이나 배트맨의 경우는 고전으로 불리는 굵직굵직한 작품이 가장 먼저 번역되어 나왔고, 특히 알란 무어의 왓치맨과 닐 게이먼의 샌드맨처럼 문학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도 옮겨졌다. 찾아보면 슈퍼히어로물 이상으로 여성, 성인 취향의 다양한 만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아직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판매에 의존하는 편이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권해주고픈 미국만화가 있다면."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월드 그레이티스트 슈퍼히어로즈’ 시리즈를 권한다. 여성독자에겐 ‘샌드맨’이 적합하다. 독특한 표현을 찾으시는 분들은 ‘블루스맨’을, 명작선을 원하시는 분은 프랭크 밀러와 알란 무어의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책은 ‘브이 포 벤데타’이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제 블로그에는 10대는 물론이고 30대 이상 분들도 방문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나이를 떠나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선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를 만화 속 주인공이 통쾌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주가 아닐까 싶다. 또한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돕는 모습에서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도 그들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