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연극 '교수와 여제자' 4~13일 대전 홍명아트홀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이 말을 타고 마을을 배회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존 콜리어(John Collier)의 1898년작 ‘레이디 고다이버(Lady Godiva)’에는 긴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린채 말을 타고 영지를 도는 여인, 고다이버가 등장한다. 이 명화는 11세기 영국 코번트리 지방의 마샤 리어프릭 백작의 아내인 고다이버의 일화를 명화로 표현한 유명한 그림이다.그녀는 농노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물리는 남편 리어프릭 백작에게 세금을 낮춰줄 것을 간청하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당신이 내일 아침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영지를 한바퀴 돈다면 세금을 내려주겠오”라는 차가운 대답뿐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된 사람들은 그녀의 희생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커튼을 친 채 조용히 그녀의 나체시위가 끝나기를 기도했다.결국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세금감면을 약속받았고 사람들은 그녀를 추앙하게 된다.이 와중에 톰이라는 짖궂은 양복점 직원이 호기심에 그녀의 자태를 훔쳐보기 위해 창문 틈으로 내다봤다. 그러자 그의 두 눈이 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Peeping Tom(엿보는 톰)'. 다른 사람을 엿보는 호색가를 가리키는 이 말은 고다이버 일화로부터 시작됐다. 또 관음증 환자 혹은 그 행위를 가리키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런 관음증의 비열한 일면을 테스트해 볼 알몸연극 ‘교수와 여제자’가 대전에 상륙했다. 이 연극은 지난해 대학로에서 초연된 이후 외설이냐, 예술이냐의 논란 속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날마다 옷 벗는 여자가 등장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100여 분 동안 연기를 펼친다. 남성성을 잃어가는 중년의 교수가 여제자를 통해 식어버린 육신과 영혼을 일깨운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관심을 반영하듯 ‘교수와 여제자’는 공연 4개월 동안 유료관객 5만 명을 동원했다. 반면 여주인공의 전라가 공개되면서 무대에서는 끊임없는 사고가 발생했다.지난해 12월 7일, 40대 남성이 무대에 난입해 여자 주인공을 껴안는 돌발 행동이 벌어졌다. 며칠 후 여주인공의 전라 장면을 10분 정도 관람한 50대 남자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후, 동영상 유포, 무대난입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여배우는 결국 도중하차했다. 여주인공 이탐미가 바통을 이어받아 무대에 서고 있다.알몸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연극계가 성상품화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제작사측은 연극을 보지 않고 얘기하는 것은 연극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홍명아트홀 관계자는 “논란의 연속인 연극을 대전에 갖고 온 것은 외설인지 예술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모두 관객 몫이다”라고 말했다.‘고다이버’는 가혹한 세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옷을 벗었지만 ‘교수와 여제자’는 무엇을 위해 옷을 포기했는지 대전시민에게 증명할 차례다. 문의 1599-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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