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라를 멸하다①

한나라를 멸망시킨 진왕은 다음 공략 목표를 물색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나머지 5국의 민심과 왕들의 동정 그리고 적군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소상하게 분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사력을 가다듬었다. 병사들을 충원시키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진나라는 일찌감치 징집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장정은 징집되면 1년간은 전장에 나가거나 변방을 지키고 다른 1년간은 성을 경비하는 것으로 군역을 대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왕이 천하통일을 위해 칼을 갈면서부터는 여기저기서 자원입대가 늘었다. 시골에서 무지렁이 총각으로 살면서 한평생 손이 터지는 고생을 할 바에는 차라리 군대에 나가 전공을 세움으로써 성공하는 길을 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공을 세우면 그에 걸맞게 포상을 주었으며 장군의 위치에 오르면 공작이 부럽지 않을 만큼 돈과 명예를 안겨주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군에 입대하는 일을 서둘렀다.

몽매한 시골 청년을 용맹스러운 천하무적으로 만드는 것은 장군들의 몫이었다. 진나라에서 장군은 어떤 관직보다 예우를 받았다. 그들은 평민 출신이라 할지라도 전공에 따라 극진한 예우를 받았고 직업 관료로서 어려움이 없었다. 이는 진왕이 그들의 사기를 위해 그렇게 배려했던 것이다. 장군들은 무지렁이 시골 청년들을 데려다 피나는 훈련을 반복시켜 진나라 군대의 경쟁력을 더했다.

다른 6국에 비해 진나라 군사들의 사기가 충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다른 나라들은 한나라가 멸망되는 것을 지켜보며 바짝 긴장하였다.

이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돈약이 이미 각국의 승상들과 수뇌부를 매수해 놓거나 혹은 독살시켰으므로 진나라와 화친을 배제한 합종연횡은 어려웠다.

진왕이 다음은 어느 나라를 공격해 올 것인가가 그들의 관심사였다. 모두들 전투태세를 점검하며 대비책 마련에 분주했다.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진나라는 주변국들의 침공을 위한 준비에 세월을 보냈으며 다른 나라들은 방어를 위한 준비에 세월을 잊고 있었다.

“다음은 어느 나라를 공략하는 것이 좋겠소?”

진왕이 조정 중신들에게 물었다.

“다음 차례는 조나라이옵니다.”

중신들 가운데 서 있던 이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조나라를 친다. 위나라가 아니라 왜 조나라인가?”

진왕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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