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허리케인 '매슈'에 쑥대밭 "대지진 이후 최대 재앙"

카리브 해의 극빈국 아이티가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의 영향으로 쑥대밭으로 변했다.

매슈가 동반한 강한 바람과 폭우로 아이티에서 숨진 사람만 300명이 넘은 데다 콜레라 창궐 위험까지 신경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4일 새벽 아이티에 상륙한 매슈는 남서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강타했다.

5등급 중 4등급으로 성장한 매슈는 2007년 이후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위력으로 아이티를 할퀴고 지나갔다.

시속 230km의 강풍에 집들이 무너졌고 호우에 따른 홍수로 도시가 마비됐다.

아이티 남부의 캄프 퍼린시의 필루스 에노르 시장은 "모든 집이 뽑혀 나갔고 플랜테이션 농장들은 파괴됐다"며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 본다"고 말했다.

아이티 북서부 곳곳에서도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 전화,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인명 피해도 잇따라 남서부 지역에서만 최소 283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매슈의 영향을 받아 아이티에서 숨진 사람이 339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넘어진 나무 또는 강풍에 날아온 건물 잔해에 깔리거나 급격하게 불어난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아이티 정부는 도움이 필요한 이재민이 35만 명가량이라며 2010년 1월 대지진 이후 최악의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2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당시 대지진 이후 많은 아이티 주민이 텐트나 양철 지붕 등이 덮인 오두막에서 기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컸다.

현재 아이티는 미국 동남부 지역 상륙을 앞둔 매슈의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당장 수많은 사람이 식수 및 식량난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미 국제구호단체들은 폐허가 된 아이티의 복구와 구호물품 전달을 위한 기부를 호소하고 나섰다.

조만간 미군이 극심한 피해를 본 지역에 식량과 식수를 헬리콥터로 실어나를 예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강력한 허리케인은 지나갔지만 전염병 창궐 우려는 아이티가 해결해야 할 다른 숙제다.

범미주보건기구(PAHO)의 한 관계자는 폭우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홍수가 나 콜레라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 10월 발병한 콜레라로 아이티에선 1만 명 이상이 숨졌고 80만 명이 감염돼 고통을 받았다.

당시 콜레라가 유행했던 네팔에서 아이티로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PKO) 부대가 콜레라 전염의 장본인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평화유지군의 주둔지 중부 미레발라이스 부근을 흐르는 강에서 콜레라가 발병했기 때문이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아이티에서 특히 어린이들이 콜레라에 취약하다며 "아동들에게 안전한 식수 공급을 충분히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